구매자 책임제 도입해 제도적 형평성 갖춰야

▲ 송년회 등으로 바빠지기 시작하는 연말을 맞아 주류를 판매하는 업장의 점주들이 미성년자들의 일탈행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주류업계 최대 성수기인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기쁜 마음에 앞서 행여나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을지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미성년자들이 위조된 신분증 혹은 가족 신분증을 들고 오거나, 성인 행세를 하며 술을 마신 뒤 술값을 내지 않으려 자진 신고하는 경우가 연말에 부쩍 증가하기 때문이다.

주류를 판매하는 점주들이 “해마다 연말이면 수능을 마친 학생들과 신분증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게 연례 행사”라고 말할 정도다.

청소년보호법 제28조를 살펴보면 유해약물(주류) 구매자의 나이 및 본인 여부 확인 책임은 판매ㆍ대여ㆍ배포자에게만 부여돼, 정작 술을 구매한 미성년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 형평성에 벗어난 모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청소년보호법의 허점을 이용해 취식 후 돈을 내라고 하면 업체를 신고해 영업정지를 당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는 등 자영업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

실제로 미성년자들이 나이를 속이고 술집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을 신고해 영업 정지를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와 관련업계 종사자들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지만 제도적인 개선이 미비하다.

미성년자의 음주 혹은 흡연에 대한 책임을 업주들만 고스란히 지게 되는 상황에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수차례 청소년보호법의 개정 및 청소년 흡연ㆍ음주 방지법 마련을 요구해왔다.

지난 6월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 사실이 입증되면 영업정지 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2020년부터 신분증을 위조ㆍ도용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했을 때 영업정지 처분을 면할 수 있게 됐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업주가 위조된 신분증을 확인한 후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 하더라도 영업정지 처분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신분증 확인을 거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며, 매장내 CCTV가 설치되지 않았을 경우엔 해당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사실상 영업정지 처분 면제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법이 개정돼 영업정지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어도 식품위생법에만 해당돼 형사처분은 피할 수 없다는 점과 여전히 술이나 담배를 구매한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반쪽짜리 법”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누리꾼 A씨는 “10년 전에 10대들이 봉사료 포함 240만 원어치 술을 마신 뒤 돈 찾으러 간다고 하나, 둘씩 나가다 마지막 한 명만 남았을 때 만세를 부르더라”라며 “그 미성년자는 본인이 경찰에 자진 신고했고, 벌금 4백만 원에 영업정지 한 달을 받았는데 10년이 지나도 바뀌는 게 없네요”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을 위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처벌을 위해 법을 개정하는 것은 청소년 보호법이 만들어진 목적과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음주 및 흡연을 위해 신분증을 위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공문서 위조’ 처벌 조항이 있기 때문에 처벌이 되고 안 되고는 법 집행의 문제지만, 친권자와 학교장에 통보해 선도 보호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미성년자 공문서 위조죄는 대부분 동범 전과가 없고 초범이라는 사유로 대부분 훈방조치가 이뤄지고 있어 제도적인 실효성이 낮다는 인식이 크다.

한편 영국과 호주는 술을 사려고 시도하거나 구입 후 적발된 미성년자에게 1백만 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일본은 주류 구입시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사실과 주류 구입 후 발생하는 일에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에 동의하는 버튼을 눌러야만 주류구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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