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금기, 백년 동안의 오해

(팝콘뉴스=이강우 기자)대한민국 스토리DNA 스물네 번째 책, '탈출기-카프문학 작가선집'이 새움출판사에서 출간됐다.

▲ '탈출기' 최서해 외, 2019년 7월© (주)새움출판사

중, 고등학교를 마친 한국인이라면 문학 시간에 한 번쯤은 '카프'라는 명칭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카프'하면 흔히 '일제강점기 때의 사회주의 문학단체', '작품 대부분이 살인과 방화로 끝난다' 혹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간다면 '관념적이고 정치적 목적성이 짙어 그 작품 수준은 높지 않다'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작품을 읽어보았는가 하면 부정적이다.

카프(KAPF)는 에스페란토어로 '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의 약칭이며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을 의미한다.


카프는 1925년 8월 프로문학 단체인 염군사와 파스큘라의 제휴로 탄생했다.


김기진, 박영희, 이상화, 송영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조명희, 최서혜, 이기영, 조중곤, 윤기정, 한설야, 임화, 김남천 등이 가담했다.


'예술을 무기로해 조선민족의 계급적 해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강령 하에 문학 운동을 벌였으나, 1931년과 1934년 두 차례에 걸친 검거 사건으로 조직이 와해돼 결국 1935년 5월 해산했다.

'탈출기-카프문학 작가선집'은 1920년대와 1930년대 한국문학의 성장과 발전에 큰 축을 담당했지만, 일제강점기에는 검열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해 불온 서적으로 지정돼 가려지고 지워졌던 '카프문학'을 온전히 마주보고자 엮은 책이다.


카프 결성(1925) 이전의 신경향파 문학부터 카프의 해산(1935)까지 주요 작가들 작품을 발표된 순서에 따라 배치해 카프 문학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했다.

'탈출기-카프문학 작가선집'에서는 해방 이후 사회주의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짐작케 하는 작품까지 수록해 당대 시대상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탈출기-카프문학 작가선집'에 수록된 김기진 '붉은 쥐', 박영희 '전투' '사냥개' '지옥순례', 최서혜 '탈출기' '박돌의 죽음' '기아와 살육' '홍염', 조명희 '낙동강', 이기영 '원보' '서화', 한설야 '과도기', 윤기정 '양회굴뚝', 권환 '목화와 콩', 김남천 '공장신문' '물!', 이북명 '암모니아 탱크' '민보의 생활표', 백신애 '꺼래이', 지하련 '도정'은 카프문학으로 분류되는 주요 작품들을 선별해 엮은 것이다.


새움출판사의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국문학자나 비평가에 의한 선집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대중의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해 새로운 한국문학사를 구성해 나간다는 계획으로 출간되고 있다.

카프 내, 외부의 활발한 논쟁과 거기에서 다뤄진 풍부한 쟁점은 우리 한국문학의 발전에 자양분이 됐다.


'탈출기-카프문학 작가선집'을 통해 카프문학 작가들과 그들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우리 한국문학의 잃어버린 파편, 카프문학의 편견과 오해를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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