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편 해줄 테니 너는 네 원대로 살라”

▲ 언제나 내 편이 돼주는 계춘할망(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이 세상 살면서 온전한 내 편 하나 만날 수 있을까?

학창시절을 보내고 부모의 품 안에서 벗어나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이럴때 누가 내 편이 돼 줬으면”하는내 편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간다.

내 선택을 응원하고 나를 위해 방향을 알려주는 온전한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큰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6년에 개봉한 영화 계춘할망에서 계춘이 할망(제주도 방언으로 할머니)이 바로 그런 존재다.

부모 없이 PC방 등을 전전하며 지내던 불량소녀 혜지(김고은)는 우연히 우유팩에 자신을 찾는 실종아동찾기 캠페인 광고를 보게 된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계춘이 할머니(윤여정)에 의해 키워지게 된 혜지는 어느날 할머니와 서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잠깐 한눈판 사이에 잃어버려 실종됐던 것이었다.

12년 동안 혼자 자라온 혜지는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할머니를 찾기로 결심했고 다시 만난 할머니가 여전히 변함없는 온화한 모습으로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 언제나 내 편이 돼주는 계춘할망(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게 인생이라. 내가 네 편 해줄 테니 너는 네 원대로 살라”

이 같은 대사처럼 할머니는 조건 없는 내리사랑으로 혜지를 품었다.

어떤 이들이 보기에 학교를 무단으로 결석하고 자신의 돈에 손을 대도 감싸기만 하는 할머니의 태도를 보고 미련하다거나 과한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또 결국 혜지의 비밀을 알게 됐어도 끝까지 품으려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도 그 스스로 전하는 사랑의 방식이므로 너무 이입할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오히려 늙고 병든 몸으로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면서도 더 해주지 못해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는 할머니의 마음에 안타까움을 보일 수는 있겠다.

메가폰을 잡은 창감독도 지난 2017년 JTBC 예능 전체관람가에 출연해 영화 촬영 가운데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는 질문에 “계춘할망은 제 어머니 얘기”라며 “제가 설계한 씬이 배우를 통해 목격 됐을때 벅찬 감동이 왔다”는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영화 자체에는 각종 관계 설정 등을 극적으로 집어넣어 연결성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계춘할망이 보여준 그 사랑의 감정선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최근 가족 간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의 소식을 기사를 통해 많이 접할 수 있다.

피로 맺어졌다는 유대감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지 오래된 것 마냥 끔찍하고 놀랄 뉴스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다 순수하고 조건을 붙이지 않은 이름 그대로의 사랑을 전하는 계춘할망을 보며 오히려 낯설겠지만 “이런 사람 또는 사랑이 있구나”하며 잔잔하게 생각할 수 있는 5월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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