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① 벼랑 끝에 내몰린 사회복지사

성추행, 강간 시도, 살해 위협까지…사회복지사 안전장치 시급

편슬기 기자 | 입력 : 2019/04/25 [17:08]

▲ 2013년 있었던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현장(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취업한 A씨는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첫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는 기쁨도 잠시, 복지관에서의 근무는 A씨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을 대할 때면 머리를 얻어맞거나 뺨을 맞는 일은 부지기수,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듣는 일은 이제 익숙할 정도로 하루하루 마음이 지쳐가는 상황이다.

 

같이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선배들의 위로로 간신히 버티곤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복지관에 취업한 A씨의 동기 B씨는 얼마 전 복지관 이용자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며 하소연을 해오는 통에 A씨는 사회복지사 일에 계속해야 하는 건지 자꾸만 회의감이 몰려온다고 한다.

 


사회복지사, 욕설과 폭력에 무방비 노출


보건복지부가 2018년 7월부터 10월동안 207개소의 사회복지 생활시설과 2913명의 민간 사회복지시설종사자, 236명의 전국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175명의 특정영역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2018 사회복지사 통감 연계’를 조사 및 발표했다.

 

통감 연계에서는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사회복지사 등이 클라이언트에게 복지서비스 제공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 중에 해당 클라이언트 혹은 가족 등으로부터 당하는 폭력을 7가지로 유형화 했다.

 

▲신체적 위험 ▲언어적 위험 ▲정서적 위험 ▲성적 위험 ▲경제적 위험 ▲의료적 위험 ▲정보적 위험으로 나눠진 유형별 폭력을 2~4가지 세부 문항으로 경험 여부를 먼저 조사했다.

 

신체적 위험의 경우 전체 표본의 20.7%에 해당하는 628명의 사회복지사들이 경미한 수준의 위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에 해당하는 31명이 치명적 수준의 신체적 폭력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사회복지사 A씨는 정부로 받던 지원이 끊기게 되자 화를 참지 못하고 복지관에 칼을 들고 온 이용자로부터 수시간 쫓겨다녔던 기억이 있다며 몸서리치기도 했다.

 

‘경미한’에 해당하는 위험은 밀치기, 멱살잡기, 붙잡기 등이며 중간수준의 신체적 폭력은 뺨 때리기, 깨물거나 할퀴기 등으로 283명이 경험해본 적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언어적 위험은 전체의 40.1%에 해당하는 1231명이 욕설을 비롯한 인격 모욕 발언을 들었다고 응답했으며, 41.9%에 달하는 1270명이 공식적 민원제기를 포함한 지속적인 불평과 불만의 표현을 겪었다.

 

정서적 위험에 대해서는 전체 표본에서 32%에 달하는 967명의 사회복지사들이 고위험군 클라이언트와의 상담 및 서비스 제공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위험의 경우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쓰다듬기, 더듬기 등) 14.1%에 달하는 425명, 클라이언트의 신체 및 성기노출은 6.9%인 208명이 경험했으며 0.5%인 16명은 클라이언트로부터 강간을 당할 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정작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든 위협을 받는다면 이는 결국 전체적인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사회복지사의 인권은 하향표준화 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을 위해서, 사회복지사를 위해서라도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동료에게 하소연하고 푸념하는 것이 전부


신체 및 언어적 폭력 등을 경험한 사회복지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폭력에 노출됐어도 제대로 된 사후 대처를 받은 사회복지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폭력을 경험한 36.9%의 사회복지사들 중 대부분이 ▲주변 동료와 푸념하거나 하소연하고 넘겼다(475명)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주위로부터 도움을 요청했다(175명) ▲어떻게 할지 몰라 어떠한 대처도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참고 넘겼다(143명)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표현한 사회복지사는 30명(1.1%), 기관 및 고충처리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는 사회복지사는 28명(1.1%), 법적 대응을 통한 적극적 문제 해결은 겨우 5명(0.2%)에 그쳤다.

 

동료들에게 하소연하거나, 참고 넘기는 등의 소극적인 대처가 대부분인 점을 미뤄 볼 때 사회복지사들이 근무 중 물리적인 위협을 당했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어떤 방법으로 대처를 해야 할지 기본적인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인 것일까?

 

다행히 2013년에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발간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폭력피해 예방 매뉴얼’이 있지만 복지관이 매뉴얼을 필수적으로 구비해두고 해당 매뉴얼을 교재로 실제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이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뉴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복지시설에 보급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회복지사들은 근무현장에서 자신이 응당 받아야할 ‘보호’를 받지 못해 인권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개인, 복지관 차원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실제 인터뷰에 응한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 아동, 발달장애인 등이 폭언과 폭력을 휘둘러 사회복지사들이 자기 방어를 한다 해도 최악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상황이 있다"며 "폭력을 당한 것은 사회복지사인데 증거가 될 CCTV 영상이 없어 오히려 가해자로 몰린 사건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을의 입장에 처한 사회복지사들은 늘상 있는 일이거니 하고 넘어가고 참는 것이 다반사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복지사들은 “실효성 없는 매뉴얼 제작이나 배포보다는 사회복지사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법을 제정,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 피해자 보호가 이뤄져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별기획 ② 벼랑 끝에 몰린 사회복지사의 안전장치는?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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