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여성들을 위한 보통 사이즈의 모델로 나서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S사이즈, M사이즈, l사이즈 등 보통 우리가 옷의 사이즈를 나누는 기준은 숫자로, 영어 알파벳으로 나눠진다.

해가 갈수록 TV에서 나오는 여성 아이돌들은 날씬해지고 그에 맞춰 옷 사이즈도 나날이 줄어들면서 많은 여성들이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닌, 옷에 몸을 맞추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르고 날씬한 모델과 귀엽고 사랑스러운데다 마르기까지 한 아이돌들, 각종 영상매체와 잡지들을 보며 나도 이번 여름휴가에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비키니를 입고야 말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지만 정작 휴가 때 입는 것은 래시가드에 품이 넓은 원피스뿐.

식욕을 참지 못하는 부족한 인내심과 부족한 자기관리가 문제인 걸까, 아니면 날씬함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관점을 강제로 주입하는 세상이 문제인 걸까?


사람의 몸은 제각각인데 왜 날씬한 모델만 있나요?


▲ 우리나라 최초의 내추럴 사이즈 모델 '치도'(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자 유튜버인 ‘치도’는 모델계에 당연하지만 애써 외면해 왔던 질문을 ‘돌직구’로 날렸다.

“사람의 체형은 다양하고 키도 제각각인데 왜 날씬하지 않으면 모델을 할 수 없을까요?” 그녀의 질문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성들의 체형은 같은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개성을 자랑한다.

줄곧 날씬한 모델들만을 내세우던 철옹성 같은 그들만의 세계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 그의 질문은 모델계의 판도를 바꿔놓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 근본에 당당하게 “왜?”라는 질문을 날리며 한국 최초의 내추럴 사이즈 모델에 나서는 ‘출사표’를 화려하게 던졌다.

그렇다면 내추럴 사이즈 모델은 대체 어떤 모델일까?

글자 그대로 내추럴한, 자연스러운 사이즈를 갖춘 모델로 TV 속 아이돌과 모델처럼 마른 체형이 아닌, 팔뚝 살도 좀 있고, 몸 어딘가에 군살을 숨겨 놓고 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체형의 모델을 가리킨다.

치도는 처음엔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 지원했지만 “우리 쪽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살을 좀 더 찌워서 오라”는 얘기를 듣고 거절당했다는 일화를 털어놓으며, 지금의 나로서는 모델을 할 수 없는 건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해외에 내추럴 사이즈 모델로 나선 선례를 접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 되자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지금의 내추럴 사이즈 모델 치도를 만들었다.

모델을 꿈꾸게 된 계기에 대해 치도는 “조부의 직업이 신문기자셨다. 어린 나이의 저는 조부를 쫓아다니며 틈틈이 사진을 찍고,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델이라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체형에 맞는 패션을 선보이는 모델 치도는 본인도 과거에는 외모지상주의자들 중 한 명이었다며 “살이 찌면 실패한 인생이고 자기관리를 못 하는 사람이고 날씬해야 이쁘다고 생각했던 극 외모지상주의자였다”고 밝혔다.

그 역시 한때, 살이 찌면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고 무조건 살을 빼고 나서야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내추럴 사이즈 모델을 시작하고 나서야 강박에서 벗어나 편해질 수 있었다고 고백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 편견은 “살을 못 뺀 사람의 변명 아니야?”라며 치도를 공격했고, 심지어 “비만을 합리화하지 마라”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이에 치도는 “비만을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엔 살을 빼지 않아도 되는데 살을 빼고 있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현실을 깨닫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보통 체형’


▲ 모델 겸 유튜버 치도가 내추럴 사이즈 모델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그녀가 본격적으로 모델 준비를 시작한 것은 22살의 나이로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 되겠다고 정확히 방향을 잡은 시점은 작년부터다.

치도는 내추럴 사이즈 모델로 활동했던 초기 당시, “우리나라에 없던 내추럴 사이즈 모델을 하다 보니 패션업계에서도 내추럴 사이즈가 뭔지 정확히 모르고, 필요성이라든가 공급을 충족시킬 니즈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내추럴 사이즈가 대한민국 여성들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이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니즈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소통하기 위한 창구 마련을 위해 유튜버 활동을 하게 됐다”며 모델과 유튜버 활동 병행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자 유튜버인 치도는 생활밀착 패션이라는 주제로 동영상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으며 66, 77 사이즈와 같은 통통녀들에게 알맞은 데일리 룩, 직장인 패션, 대학생 새내기 패션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치도옷입히기’ 콘텐트의 경우 어렸을 적 즐겨 하던 옷 입히기 게임과 비슷한 구성으로 진행돼 콘텐트를 소비하는 구독자들의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직접 게임을 하는 듯한 재미를 부여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이뤄지는 소통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댓글이 무엇인지 묻자, 치도는 “구독자분이 남겨 주신 댓글이었는데 ‘주로 사이즈, 그동안 마른 모델들만 봐 와서 쇼핑 실패를 많이 했다”며 “이제는 치도 언니 영상 보고 옷 구매를 하면 실패를 안 한다’는 피드백이 제일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피드백들을 받을 때마다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 들고, 내추럴 사이즈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치도의 콘텐트를 소비하는 이들의 95%가 여성으로 주 연령층은 10대, 20대, 30대이다.

특별한 점은 4, 50대뿐만이 아니라 60대까지 독자층 연령이 골고루 분포돼 있어 내추럴 사이즈에 대한 니즈가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게 너무 싫었다”


▲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 겸 유튜버 '치도'(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생활밀착형 패션에 중점을 두고 유튜브 콘텐트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매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게 너무 싫었다”며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입고 외출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편치 않았다”는 자신의 옛 경험에 비춰 콘텐트 선정 이유에 대해 말했다.

교복을 입는 학생들은 제하고서라도 사복을 입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라면 매일 아침 일어나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 번 이상씩은 해 봤을 것이다.

내가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다른 사람이 대신 고민해 준다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콘텐트는 구독자 3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고 있다.

작년에 이어 차별 없는 패션쇼 2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작년에는 공모전을 열어서 지원금을 받아 진행했지만 올해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받고 도달 목표치를 충족하게 되면 차별 없는 패션쇼 2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또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에 대해 담담히 써 내려간 에세이 형식의 책을 출간하고 싶다며, 만약 책을 내게 된다면 남의 신체에 대해 함부로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남을 평가하려 드는 사람일수록 그런 평가에 더 많이 들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사람들이 책을 읽고 무엇인가 깨닫게 된다면 사회는 조금 변화하지 않을까라는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치도는 “제가 매번 하는 말인데,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 아닌 그냥 ‘모델 치도’로 불리고 싶다”며 “사이즈 구분 없이 모두가 모델로 불리는 그런 사회가 온다면 조금 더 차별 없는 세상에 가까워진 게 아닐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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