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무리한 JIT 정책에 눈물 흘리는 협력업체들

▲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정미경 소장 © 팝콘뉴스

(팝콘뉴스=독일정치경제연구소 정미경 소장) 한국의 대표 대기업 현대기아자동차에 PCB(Printed circuit boardㆍ인쇄회로기판)를 납품하는 경인 지역 협력업체들이 발주사의 불법적인 ‘Just In Time(JIT)’ 생산 정책에 회사를 접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미 동료 기업 중 셋은 문을 닫았고, 둘은 자동차 부품사업을 접고 휴대폰이나 가전 분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JIT 납품 방식을 요구하는 발주사가 납품 회사에 기본거래계약서와 발주서조차 보내지 않고 납품을 요구하고 있는데, 생산 계획이 수시로 바뀌어서 발주사가 다음에 어떤 부품을 요구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납품업체는 다음에는 무엇을 납품해 달라고 할지 몰라 모든 경우에 대비해 놓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자재를 쌓아놓고 물건을 만들어 쌓아놓는 일명 ‘안전재고’를 마련해 놔야 한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인력도 저축해 놓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빡빡한 중소기업의 경영실정에 어림도 없어 줄도산 위기에 서 있다.

이들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현대기아자동차에 납품하기 위해 SQ 마크까지 획득한 우수 기업들인데도 사측의 차의 JIT 생산관리 정책에 골병이 들고 있다.

JIT는 지난 1970년대 일본 도요타사에서 개발한 생산 운영 통제 시스템으로, 필요할 때 필요한 것만 필요한 만큼 생산해 생산시간을 단축하고 재고 낭비를 없애며 생산의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생산과정의 낭비 요소를 ▲과잉생산 ▲대기 ▲운반 ▲불필요한 생산과정 ▲불필요한 재고 ▲불필요한 행동 ▲불량품 등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낭비를 줄여가는 생산방식으로 린생산(Lean Production) 시스템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JIT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는데, 이것은 부품 공급사와 긴밀한 협력이다.

소량의 부품이라도 수시로 빠르게 공급되도록 자사뿐 아니라 부품이나 자재의 공급업체도 변해야 JIT가 제대로 작동한다.

이에 JIT 시스템을 도입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부품 공급자를 자사 생산시스템의 하나의 작업 공정으로 간주한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JIT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 부품 공급사와 고객사의 관계가 적대관계가 아닌 협조관계로 발전해야 함을 인식하고 상호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 왔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사는 JIT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통합적 공급업자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공급업자를 조기에 선정하고, 공급업자와 충분히 협의해 부품설계를 완성하고, 유사성이 있는 부품군에 속하는 자재를 모두 하나의 공급업자로부터 공급받도록 했다.

JIT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품이나 자재를 공급하는 대부분 공급업자가 기술기반이 취약하고 자본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이점을 개선하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

공급업자가 고객사의 품질 지원을 받아 품질 수준을 유지하고 제조공정에서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렇듯 공급자와의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품질 수준을 높게 유지하며 조업을 안정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고객사에도 큰 이익으로 작용된다.

독일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자동차 생산에 모듈화 방식을 도입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전석 모듈의 경우 이전에는 핸들, 오디오 시스템 등 부품들을 따로 만들어 완성차업체에 납품됐으나 모듈화 이후에는 한 업체에서 운전석 모듈을 세트로 제작해 완성차업체에 조달하는 것으로 이를 JIS(Just In Sequenceㆍ모듈 조달방식)라고 한다.

JIS의 성패는 공급업체의 기술력과 연구개발능력으로 자동차 부품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 경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JIT시스템이든 JIS시스템이든 부품사의 실력과, 부품사와 고객사의 협력이 자동차 생산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키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산업의 동향과는 반대로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JIT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 부품공급사를 노예처럼 관리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SUV 차량 부품을 제작하고 있는 다수의 협력업체들이 납품에 대한 기본계약서와 발주서조차 없이, 불법적인 상황에서 고객사의 변덕스러운 납품 요구에 물건을 대주느라 아주 골병이 들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이미 유망한 자동차부품업체 두 회사가 JIT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 희생이 되었다고 한다.

생산 효율을 높인답시고 협력업체를 죽이는 것은 제 살을 깎아 먹는 것이다.

지금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본거래계약서와 발주서조차 받지 못한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거래 관계 속에서 부품공급사들은 오늘도 거대 현대기아자동차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재고를 줄일 때, 언제 무엇을 납품하라고 할지 그들의 요구를 못 맞출까 전전긍긍 빚을 내서 물건을 만들고 창고 가득 재고를 쌓아놓고 경영난에 허덕인다.

정부의 지원과 합리적인 협력업체 관리를 통해 대기업, 중소기업, 부품업체 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과 공조를 달성하는 독일의 상황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업을 접을 수 없어 오늘도 공장을 돌리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부품공급업체의 처지는 눈물겹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법 JIT 관행을 단속하라.

※ 위 내용은 기고 형식의 칼럼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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