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독일인 만들기 프로젝트

▲ 독일정치경제연구소 박영진 교육정책담당연구원 ©팝콘뉴스

(팝콘뉴스=독일정치경제연구소 박영진 교육정책담당연구원)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러 나왔다가 문득 느꼈는데 아이들은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지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겨서 가끔은 나보다도 더 날카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나의 건망증을 보완해 주는 좋은 비서 역할도 해 준다. 얼마나 놀라운지.

또 아이들이 나에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존재 자체만으로 고마운 아이들이 이제는 나에게 배려까지 하고 있는 요즘이다.

독일에서 태어나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다 6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귀국 당시 언어 상태는 절망에 가까웠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하고 제한적이었는데 이제는 나보다 표현방법이 더 많은 것 같다.

친구라는 존재와 소속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면서 아이들이 관계를 맺고 소속의 다양한 단어에 노출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 혼자서 다양한 책을 보니 한국어 실력이 늘어가고 있다.

이 순간을 위해 서둘러 귀국한 나의 결정에 너무나 보람을 느낀다.

한국어는 안 한다며 엄마인 나를 거부하고 독일어만 쓰겠다던 아이의 모습을 이제는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너무 감사 드린다.

언어라는 것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또 낯선 곳을 익숙한 곳으로 만들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매우 신기한 도구인 것 같다.

뉴스에서 보던 외국인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먹던 중 한국인 아빠와 외국인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우연히 보게 돼, 나와 아이들은 우리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외국에서 살던 우리의 경험을 아이들과 갑자기 이야기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친구 중에도 엄마가 외국인인 친구들이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눈에 띄게 우리 주변에는 한국에 머물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있어 이들을 가끔 만나곤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외국인을 위한 언어정책은 독일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의 외국인을 위한 언어정책


최근 독일의 경우 수많은 이주민으로 인해 외국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에 대한 정책을 쏟아냈다.

내가 다니던 프라이부르크대학은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학과도 있었지만 입학을 위한 조건에 반드시 독일어를 이수하고 대학 입학을 위한 독일어 시험(DSH)에 통과해야지만 입학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시의 경우 비자를 발급할 때 어학원 재학증명서를 제출해야만 비자가 발급되었다.

소속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는 언어능력시험에 대한 평가지를 제출해야 한다.

나는 독일의 외국인을 위한 정책에 ‘진짜 독일인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우선 보육 기관에 대한 예산 편성을 파격적으로 늘렸는데, 만 3세 이하의 어린이집 수를 대폭 늘리고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사 수를 크게 늘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3세 이하 유아의 어린이집 등원을 매우 장려한다는 것과 남자 교사의 수를 대폭 늘리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어린 유아기 때부터 독일어에 대한 노출 시간을 늘려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언어 문제를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독일어를 하는 남성과 여성을 아이들에게 가까이 두게 함으로써 부모님의 대신할 수 있는 성인의 본보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보육비 전액 지원이다 보니 부모가 보육 기관을 보낼 때 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부모님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교사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사 교육 강화는 말할 필요가 없는 대목이다.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교사의 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학교와 지역사회에서는 아이들을 보육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고, 그에 대한 비용 부담 없이 부모들은 아이들을 보내면서 동시에 언어 교육도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가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내가 경험한 독일 유치원의 부모 교육은 매우 놀라웠다.

모든 아이들의 부모들은 부모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대학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으로 부모 교육이 진행되었는데, 독일어 교육프로그램을 포함해 심리치료와 양육에 관련된 독일에 살기 위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아이들의 학교이자 부모들의 학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독일인들과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행사 등을 제공해 독일 안에서 외국인들끼리 모여 있게 하지 않고 통합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통합이라는 단어는 유치원에서 매우 중요한 단어였다.

독일이라는 나라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따라서 그 이름에 걸맞게 독일어를 사용하는 이주민들을 독일어를 사용하는 진정한 독일인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외국인 언어정책의 현실


내가 본 우리나라의 외국인들은 언어 장벽에 갇혀 감정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인데 도구가 없다 보니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그만큼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것 같다.

언어란 매우 매력적이고 가질 만한 가치가 있는 도구임이 틀림없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의 매력을 충분히 깊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프로그램이 다양화되어 한국어를 반드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좋은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추억과 많은 이야기들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로 나와 내 남편이 생각하는 독일의 이미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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