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회복할 마지막 카드는 연맹 해체뿐…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던 심석희 선수를 전명규 교수가 막은 정황이 드러나 체육계 미투가 빙상계의 썩은 환부를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다.

전명규 교수이자 전 빙상연맹 부회장은 한국체대 교수 출신으로 우리나라가 빙상 강국으로 거듭나도록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가 가르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각종 국제 대회에서 따낸 메달 수는 800여 개를 넘을 정도로 그의 손을 거쳐 가지 않은 선수들이 없을 정도다.

전명규 교수가 빙상계에 공헌한 업적이 많아질수록 빙상계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커졌으며,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한체대와 비한체대 간의 파벌싸움, 일부 선수들에게 특혜 제공, 타 선수에게 외압 및 짬짜미 강요 등 그간 일어난 숱한 빙상계 비리의 중심에도 그가 서 있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부터 시작된 선수 특혜


전명규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 때부터다.

당시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을 거머쥔 최정상급 실력을 갖춘 민룡 선수 대신 올림픽 경험이 전무한 안현수 선수가 빙상연맹의 특별추천으로 올림픽 출전이 결정되면서 연맹의 특정 선수 특혜 의혹이 불거졌으며, 이 사건으로 비한체대와 한체대 코치 및 선수들 간의 파벌 싸움이 촉발됐다.

코치들 간의 파벌 싸움이 극에 달했던 시기는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으로, 당시 한국체대 소속이었던 안현수 선수는 한국체대파인 여자 대표팀에서 훈련을 했으며, 비한체대파였던 진선유 선수는 남자 대표팀에서 훈련을 하는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안현수 선수에게 너는 이미 메달을 획득했으니 다른 선수에게 금메달을 양보하라는 외압이 들어왔고, 이를 거부하자 모 선배 선수가 안현수 선수에게 8시간 동안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한 사건 또한 있었다.

해당 폭력 사건이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서 토리노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선수들 앞에 폭력 및 파벌 싸움에 대해 해명할 것을 요청했고, 선수단들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취재진들이 이 모습을 포착, 국민들 앞에 빙상연맹의 파벌이 온 국민들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첫 번째 사건이 됐다.


외압과 짬짜미로 얼룩진 2009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비한체대파와 한체대파와의 파벌 싸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됐다.

200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은 피겨 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 성시백, 곽윤기, 이정수 선수 등 많은 빙상계 스타를 배출했다.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총 14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5위라는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쇼트트랙 세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뿐만 아니라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선수와 쇼트트랙의 성시백, 곽윤기, 이정수, 이호석, 김성일, 조해리, 박승희, 이은별, 김민정 선수 및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까지 실력과 미모, 끼를 겸비한 선수들 덕에 그 어느 때보다도 빙상 종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시기였다.

밴쿠버 올림픽 폐막 이후 곧바로 개최된 09-10년 세계 선수권 대회가 개최됐는데 이때 이정수 선수가 발목 통증을 이유로 경기 출전을 포기한다는 사유서를 제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수 선수의 누나가 해당 사유서는 빙상연맹의 외압에 의해 제출했다는 글을 팬카페에 올려 공중파 뉴스에도 보도되는 등 큰 이슈로 떠올랐다.

사건의 개요는 2009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에서 곽윤기 선수가 이정수 선수를 도와줬고, 곽윤기 선수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엔 이정수 선수가 양보할 차례라며 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경기 출전을 포기하거나 세계선수권 대회를 포기하라는 협박성 발언을 들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수 선수는 대표 선발전에서 짬짜미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재목 전 코치와 곽윤기 선수는 비한체대파였으며, 이정수 선수는 한체대파에 속해 이러한 강요 역시 파벌 싸움의 일종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있었다.

본 사건으로 이정수 및 곽윤기 선수에게 대표 선발전 담합을 종용하고 세계선수권에서 이정수 선수의 불출마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난 전재목 코치는 영구 제명됐으며, 직접적으로 연루된 이정수 및 곽윤기 선수는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끊이지 않는 잡음에 밴쿠버 올림픽의 열기로 각 선수들의 팬층이 두터웠던 바, 해당 사건에 대해 빙상연맹에게 책임을 묻고 회장 및 이사진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팬들의 서명과 시위가 이어지면서 빙상연맹 해체가 가시화되는 듯했으나, 이 또한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며 흐지부지하게 막을 내렸다.


체육계 미투로 얼룩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위에서 언급한 사건 말고도 빙상연맹이 저지른 비리와 어이없는 행정상 실수 등은 수도 없이 많지만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인 체육계 미투를 빼놓을 수 없다.


심석희 선수의 미투와 조재범 전 코치의 영구 제명에도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으며, 2차 가해를 두려워하며 좀처럼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전명규 교수가 심석희 선수가 기자회견을 하지 못하게 막고 주변 선수들을 동요시켜 심석희 선수가 고발을 취하하게끔 공작을 펼친 정황이 SBS 취재 결과 드러나, 아직도 전명규 교수가 빙상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카르텔의 중심에 서서 빙상계와 선수들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전명규 교수는 소치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빙상연맹의 부회장이었으나 소치올림픽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하며 연맹에서 5년 만에 나오게 됐지만 이후 2005년에 다시 부회장직에 복귀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자 문체부 및 대한체육회의 감사가 들어갔으며, 이와 동시에 그는 한국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로 지목되면서 또다시 부회장직을 사퇴했다.

한때 대한민국의 승부사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으나 빙상계를 부패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추락한 전명규 교수, 부당함을 알리고 2차 피해자들의 발생을 막기 위해 나선 심석희 선수의 용기를 봐서라도 이번 기회에 빙상계의 적폐를 뿌리째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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