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실사화 영화의 참패로 망가지는 원작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어린 자녀를 둔 가족 관객들을 대상으로 디즈니의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이하 호두까기 인형)’이 야심차게 개봉했지만 엉성한 연출력으로 흥행성적 저조라는 결과만 나왔다.

캐스팅으로는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인형 같은 외모로 화제를 끌었던 매켄지 포이가 주인공 클라라로, 연기파 배우 헬렌 미렌, 모건 프리먼, 키이라 나이틀리 등의 출연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으나 개봉한지 한 달 만에 대한극장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영화관에서 내려지는 불명예를 안았다.

호두까기 인형은 관객들이 영화관에 몰리는 특수한 시즌에 맞춰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1월 6일 기준 누적관객 51만7969명에 그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북미에서는 약 2천만 달러, 중국 역시 상당히 낮은 수치의 1200만 달러라는 오프닝 성적에 머물러 당당하게 내세운 디즈니 타이틀이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제작비 1억 2천만 달러의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 급에 속하는호두까기 인형의 흥행 실패 혹은 부진은 디즈니에게적잖은 손실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생색내기용 배역과 뜬금없는 장면들


▲ 자신의 이름표가 달린 줄을 찾아 선물을 찾으러 가는 아이들(사진=네이버 영화). © 팝콘뉴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크리스마스 날, 슈탈바움 세 남매는 아버지로부터 돌아가신 엄마가 준비한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

첫째는 엄마가 즐겨 입던 무도회용 드레스를, 둘째는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달걀모양의 장식품을, 막내는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하는데 둘째가 받은 장식품은 열쇠로 잠겨 있어 도무지 내용물을 확인할 수가 없다.

끝까지 장식품의 잠금을 풀지 못한 둘째 클라라는 가족들과 함께 대부 드로셀마이어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대부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기 위해 이정표를 따라가던 중 어떤 기묘한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호두까기 인형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대부분의 장소는 숨겨져 있는 마법의 왕국이며 클라라와 호두까기 병정이 여왕의 부재로 위험에 빠진 4개의 왕국을 구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모험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이 보기에 딱 알맞은 수준으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의 배역을 맡은 배우가 흑인 남성이고 등장 시간이 채 몇 분도 되지 않는 대부에 모건 프리먼을 캐스팅한 점, 발레 작품으로 유명한 점을 의식해 발레리나를 흑인 여성으로 설정한 점을볼 때 디즈니가 최근 들어 인종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명감 내지는 압박감을 받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다.

우스운 것은 흑인 세 명 이외에 다른 인물들은 전부 백인으로 소수 인종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아 생색내기용 배역이 아니냐는 일부 의견이 잇따른다.


불분명한 목적의식과 부실한 스토리


▲ 왕궁을 중심으로 꽃의 왕국, 눈의 왕국, 디저트의 왕국, 즐거움의 왕국이 둘러싸고 있다(사진=네이버 영화). © 팝콘뉴스


영화 호두까기 인형은 E. T. A. 호프만의 소설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발레 작품 호두까기 인형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실사 영화로 두 작품을 적절히 섞어 디즈니 스타일로 풀어냈다.

귀여운 점은 디즈니가 호프만의 소설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생쥐 대왕을 듬직한 아군으로 연출한 점으로 생쥐 캐릭터를 비롯한 동물들을 나쁘게 표현하지 않는 디즈니의 특징을 살렸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주인공 클라라 슈탈바움과 클라라의 남동생이 다락방에서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덫을 설치, 쥐를 잡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클라라가 기계 구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에서 클라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 혹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기에 영화 초입부에서부터 그녀가 기계를 잘 다룬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설명해준 것이다.

그러나 정작 설명이 필요한 중요한 부분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왜 클라라가 위험에 빠진 4개의 왕국을 구해야 하는지, 왜 클라라는 세 남매 사이에서 대부와 친아버지, 돌아가신 엄마로부터 “넌 나의 최고의 발명품이야”라는 말을 들으며 그토록 특별하고 소중한 아이 취급을 받는 건지에 대해 명확한 목적의식과 마땅한 명분을 부여하지 않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클라라의 행적을 쫓기에 바쁘다.


화려한 의상과 소품, 그러나 단지 그뿐


▲ 4개의 왕국을 소개하는 발레 공연을 보기 위해 자리에 착석한 클라라(사진=네이버 영화). © 팝콘뉴스


그나마 이 영화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은 주연배우인 매켄지 포이의 아름다움과 수없이 갈아입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코스튬, 엔딩 크레딧에서 등장하는 발레 연기뿐이다.

장르가 분명히 판타지, 드라마로 명시돼 있지만 놀랍도록 스케일이 작은 배경은 시골 마을에서 지구를 지키겠다고 싸우는 어느 히어로를 떠올리게 하며 마치 동네 뒷산에서 찍은 톨킨의 호빗을 보는 기분이다.

4개의 왕국이라고 영화 타이틀에 분명히 명시해 놨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짧은 소개와 함께 그저 마차를 타고 지나가듯 보여주는 풍경이 전부라 안 그래도 좁은 영화의 무대를 더욱 한정 지어 버린다.

긴장감이라곤 전혀 없는 전개와 카리스마 부족한 악당, 유머 요소라고 끼워놓은 조연들은 단 한 톨의 웃음도 주지 못했으며 시종일관 완만한 언덕을 산책하는 수준의 기승전결은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완전히 퇴색시켰다.

만약 이 영화를 보고자 한다면 VOD가 무료로 풀리는 날을 기다리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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