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무비] 달콤한 암흑기 속 ‘마약왕’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맀다 아이가”

최한민 기자 | 입력 : 2018/12/27 [11:15]

▲ 부와 명예는 얻었지만, 점차 자멸해가는 이두삼(사진=네이버 영화).     © 팝콘뉴스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마약이라고 하면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고 있지만 한때는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라던 시대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군용으로 이용하면서 성행하기 시작한 마약을 단속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지난 1946년 미 군정법에 따라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시작했지만 급격히 활발해진 무역업 영향으로 마약은 입맛을 당기는 좋은 제품이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히로뽕 1kg당 2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현재로 대입할때 2백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작은 부피에 큰돈을 만질 수 있는 히로뽕 밀수출에 너도나도 달려들었고 그 중심에 마약왕 이두삼이 있었다.

 

금세공업자로 평범하게 입에 풀칠하는 정도로만 살고 있던 소시민 이두삼은 배 위에서 마약 거래를 하는 범죄 조직이 대가로 받은 금의 진품 여부를 확인시켜주는 일을 하다 마약을 접하게 됐고, 그것이 얼마나 많은 가치가 있는지 알게 됐다.

 

히로뽕을 제조하는 팀까지 구성해 본격적인 마약 사업에 발을 들인 이두삼은 뛰어난 장사 수완으로 사업을 성공시키고 권력과 결탁해 새마을운동 고문까지 올라 낮에는 산업 역군으로 인정받는 이중적 삶을 살게 됐다.

 

마약도 수출만 잘하면 애국이 된 셈이다.

 

영화도 부패한 정부 권력 아래 연줄 하나만 있으면 서로 대충 넘기고 눈감아 주던 그 시절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 낮에는 산업 역꾼으로, 밤에는 마약상으로 이중의 삶을 사는 이두삼(사진=네이버 영화).     © 팝콘뉴스


이두삼의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진 인물은 1980년 부산에서 검거된 국내 최대 규모의 히로뽕 밀조단 두목 이황순이다.

 

부산 칠성파의 조직원이었던 이황순은 1970년대 초반 금부터 시계, 다이아몬드 등 밀수를 시작으로 마약까지 영역을 넓혀 일본에까지 수출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1980년 3월 부산 수영구(당시 남구) 민락동의 한 주택에서 검거됐는데 당시 경찰에 의하면 집 전체가 마치 하나의 히로뽕 제조공장과도 같았다고 하며, 그 시대 가치로 약 3백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양의 마약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황순을 필두로 하며 1970년대 초부터 서서히 시작된 히로뽕 사건은 1970년부터 1979년까지 10년 사이 부산에서만 331건 645명이 검거됐고, 1979년 한 해에만 152명이 적발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마약 등 약물 남용 현상이 만연해지자 검찰에 마약단속부가 생기는 등 대대적인 검거 작전이 펼쳐졌고, 당시 신문을 통해 ‘마약 제조 조직원 일망타진’ 등의 헤드 카피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러닝타임 후반 이두삼의 광기는 영화의 백미다.

 

3년 전에 연을 끊은 아내 성숙경에게 전화해 미친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며 “이 나라는 내 없으면 안 된다. 내가 다 먹여 살맀다 아이가”라고 신세 한탄을 한다.

 

부와 권력을 쥐었지만 지난날의 영광 속에 취한 채 자멸해 가며 발악하는 이두삼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이두삼 역을 맡은 송강호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집착, 파멸을 그린 인생 드라마로 주인공 이두삼에게 그 인생을 투영했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마약왕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은 인기를 모았던 전작 ‘내부자들’에 이어 부패한 우리 사회를 다시금 조명했다.

 

희망찬 경제발전도 이룩했고, 피 끓는 항쟁도 계속됐고, 독재는 공고해졌던 시절이다.

 

욕망을 좇아 폭력과 손을 잡고 활개 치던 이두삼이 성공에서부터 몰락해 가는 과정은 부패한 70년대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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