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출퇴근하는 배우, 하정우

(팝콘뉴스=이강우 기자)하정우는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한다.


영화에 출연하고 영화를 직접 만든다.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연다. 그리고 7년만에 낸 새 책 '걷는 사람, 하정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저, 2018년 11월 ©(주)문학동네

'걷는 사람, 하정우'에는 저자가 배우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두 다리로 직접 걸어다닌 길, 그리고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끊임없이 걷고, 배가 꺼지면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고, 세상으로 난 길에 뛰어들어서 심호흡하며 본능을 찾으려 애쓰는 자연인 하정우의 이야기다.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저자는 무명배우 시절부터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걸어서 누비며 출근하고, 기쁠 때나 어려운 시절에나 골목과 한강 변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엄청 바쁠 텐데 왜 그렇게 걸어다니나요?"


"언제부터 그렇게 걸었어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말한다.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 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내가 오를 무대 한 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내안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긴 싫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저자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삶의 방식을 자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한다.


사람마다 보폭이 다르고, 걸음이 다르다.


같은 길을 걸어도 각자가 느끼는 온도차와 공통점도 모두 다르다.


길을 걸으면서 잘못된 길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고 조금 더디고 험한 길이 있을 뿐이다.


그저 내가 지나온 길, 내가 갖고 있는 일상의 매뉴얼이 누군가에게 아주 약간이나 도움이 된다면, 혹여 쓸 만한 것이 티끌만큼이라도 있어 참고해준다면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저자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오늘도 각자의 영역에서 크고 작은 족적을 찍으며 하루를 견딘 독자 모두가 이 지구라는 별을 굴리고 있는 길동무다.


휴일에 동네친구와 가뿐하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어 준다면 좋겠다.

하정우에게 '걷기'는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계속되어야 할 '삶' 그 자체다.


독자들도 자신을 유지하는 한 방법으로 '걷기'를 생활화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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