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를 앞둔 IT 강국 대한민국에 주는 경고장

▲ 최한민 기자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은정 씨, 저 홍대역 도착했는데 9번 출구 앞에서 만나기로 해요”

잔액이 남아 뒷 사람을 위해 수화기를 공중전화 기기 위에 올려뒀다.

80년대, 90년대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 묘사가 아니라 실제 지난 주말 서울 시내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다만 향수 젖은 옛 장면이 아닌 씁쓸함이 뒤따랐던 불편했던 날의 모습이었다.

토요일, 주말이었던 지난 24일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KT아현전화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대의 통신 체계가 마비됐다.

KT아현전화국이 위치한 서대문구와 같은 회선을 사용하는 서울 강북지역과 경기도 고양시 일부까지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사가 서대문구 일대부터 멀게는 용산구까지 관할하는 인구가 밀집된 통신 거점 지역구 지사이다 보니 사고의 파장이 더 컸다.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액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수백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피해 사례를 나열하는 것을 보자니 과장하자면 이렇게 국가가 마비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선 해당 통신망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PC 등 모든 통신과 인터넷이 단절됐으며, 카드 결제 단말기 장애로 카드 결제는 불가했고, IPTV도 송출되지 않았다.

또 인근에 위치한 지하철인 아현역이나 충정로역의 물품 보관함은 통신이 끊기면서 열리지 않았으며,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 주차요금 무인 결제기, ATM기기도 작동되지 않았다.

사고 발생 후 닷새가 지난 28일 오전 KT는 현재 인터넷은 99% 가까이 정상화됐으며 유ㆍ무선회선도 90% 이상 복구됐다고 밝혔다.

KT가그동안 급속도로 기술의 외형을 발전시켜 왔지만 여전히 운영의 내실을 다지지 못한 책임론과 방지책 마련이 과제로 남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이번 화재로 원활한 우회 회선 확보가 시급해 보인다.

무선통신은 기지국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근처 기지국으로 단말기를 연결하도록 설계가 돼 있는데, 초고속 인터넷 등 유선통신은 우회 회로 확보가 미흡해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통신회선이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등급을 A, B, C, D로 나누어 지정하는데 권역별 영향을 미치는 큰 시설은 A등급, 광역시도는 B등급, 3개 이상 시군구에 영향을 미치는 등급은 C등급이며, 이번 화재가 발생한 KT아현전화국은 규모가 가장 적은 D등급으로 백업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곳이다.

영향이 가장 적다는 D등급의 화재 사고로도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파장을 가져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달 1일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 서비스 송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화재사건은 5G 시대를 맞아 속도 기술 경쟁에 매몰된 사람과 사물 기기들이 네트워크로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가 주는 일종의 경고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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