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성 여행 에세이 작가와 대담

(팝콘뉴스=편슬기 기자)모든 일이 빠르고 복잡하게, 효율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우리 현실에서 여유 있는 삶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여느 청년들과 다름없이 방학을 맞이한 25살의 손창성 씨는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보내기보다 좀 더 의미 있는 나날을 보내며 특별한 도전을 하고 싶었다.

불현듯 그의 머릿속에는 아이슬란드가 떠올랐다.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나라,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청춘의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한 곳은 아이슬란드 외에 떠오르지 않았다.


현대건설 직원에서 여행 에세이 작가로


▲ 손창성 작가가 '아이슬란드에서 보름간 살아보기' 책을 출간했다(사진=본인 제공). ©편슬기 기자

나이가 들수록 ‘도전’이라는 단어는 점점 멀어진다. 새로운 것들보단 익숙한 것을 찾게 되고, 불확실하고 불안한 것보다는 안정되고 확실한 것을 더욱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원해 마지 않는 대기업을 다니며 여행 에세이 책을 집필한 손창성 작가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작가라는 새로운 도전에 출사표를 당당히 낸 것이다.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작가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일이 부담으로 와 닿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 작가는 “지금 몸 담고 있는 건설업 역시 매번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부담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직종이기에 책을 출간하는 ‘도전’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을 내는 과정이 쉬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면서 “퇴고를 반복하고 수십 번의 교정과 교열을 거친 끝에야 비로소 책의 내용이 완성됐다. 책 표지를 정하고, 내지에 들어갈 사진을 고르고, 그 외에도 부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직장을 다니며 책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체득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사실 ‘아이슬란드에서 보름간 살아보기’의 출간이 바로 결정된 것은 아니라 인고의 시간이 따랐다.

손창성 작가는 “당시 책을 내기 위해 스무 곳도 더 넘는 출판사를 직접 찾아다녔다.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한 곳도 없었는데, 최근 외국에서 한 달간 살아보기가 새롭게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책을 발간할 수 있었다. 인생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지금이 책을 내기에 적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을 말했다.


봉사활동과 여행을 동시에, 볼런투어(Voluntour)


▲ 손창성 작가 본인(사진=본인 제공). ©편슬기 기자

손창성 작가가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15일은 봉사활동과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볼런투어로 채워졌다.

볼런투어는 자원봉사를 뜻하는 볼런티어(Volunteer)와 여행(Tour)이 결합된 신조어로 여가시간을 활용해 봉사활동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것을 뜻한다.

그는 인구 1040명의 작은 항구 도시 스틱키스홀무르에서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폴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서로 다른 나이, 성별로 구성된 14명의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본래 목적인 봉사활동 외에도 서로 자국의 문화와 언어를 알려주며 교류의 장을 만드는데 참여했다.

오전에는 그룹으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오후 일찍 숙소로 돌아오면 남은 시간을 여유롭고 느긋하게 외국인 친구들과 농구나 수영을 즐기거나 아이슬란드 이곳저곳을 다니며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에세이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았던 때라 봉사활동이 끝나면 그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 생각들은 글로 일기장에 빼곡하게 채웠다.

손창성 작가는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현지인들의 삶, 다양한 국적을 지닌 외국인 친구들과의 교류를 꿈꿔온 청춘이라면 볼런티어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왜 TV에서 한때 방영됐던 모 숙박 어플의 광고에서도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를 내세우지 않았나. 볼런투어는 여행에서 겪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며 20대 청춘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강력 추천했다.

덧붙여 그는 이력서에 넣을 색다른 경험으로도 볼런투어만한 게 없다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아는 나라 아이슬란드


▲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찍은 기념 사진(사진=본인 제공). © 편슬기 기자

빽빽하게 늘어선 아파트와 빌라, 높게 치솟은 사무실 빌딩으로 가득 찬 서울과는 달리 스틱키스홀무르의 풍경은 항구도시로 높은 절벽 위 붉은 등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선을 돌리면 올망졸망한 낮은 주택들이 노랗고 빨간 페인트칠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 띄엄띄엄 위치해 있는, 마치 동화 속 마을을 연상케 하는 작은 소도시다.

건물들이 낮아 하늘을 바라보는데 장애물이 없어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며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를, 겨울에는 밤하늘을 가득 메우는 별무리와 오로라를 직접 볼 수가 있다.

특히 대자연이 선물하는 평온함으로 이곳 마을의 사람들은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며 즐기고 있다.

스틱키스홀무르의 사람들은 하루에 5~6시간만 일을 하며, 박물관은 오후 12시에 개장해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우리나라는 한창 영업 중인 시간에 스틱키스홀무르상점의 불은 모두 꺼져 있고, 가정집의 불만이 창문을 통해 은은하게 커튼 너머를 비춘다.

손창성 작가는 “보름간 이곳에서 생활하며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서 한결같은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며 “항상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 사람으로서 무엇이 그들의 시계를 느리게 가게 하고, 여유를 품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머물며 현지인들의 삶을 경험해 본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