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호 기자 © 신영호 기자

(팝콘뉴스=신영호 기자)누구나 한 번쯤 지뢰밭을 건넌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유령이 곳곳에 파묻혀 있고, 짙은 안개와 복병이 도사린 그곳을 건너 본 사람이면 공감할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떼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돌아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땅을 밟고 백두산 천지에 올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맞손’을 연출한 것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에 ‘한 목소리’를 낸 것도 한반도 평화 여정의 한 걸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한 걸음을 떼기 위해서 우리는 숱한 세월을 보냈다. 서로를 향한 말폭탄은 예삿일이었다. 남과북이, 그리고 국제사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다가도 이해관계가 틀어져 파투 나기가 일쑤였다.

우리는 그렇게 60여 년을 좌충우돌하며 살았다. 정확히는 1953년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조인 이후 65년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전진과 반동의 교차 속에 그래도 역사는 전진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한반도 훈풍에 가려 그렇지 우리 사회에서도 ‘한 걸음’ 나아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오랜 숙제로 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규제혁신 5법이 여야 합의로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타협에 인색한 정치권이 이 정도 합의한 것도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역 주민과 지역구 국회의원, 교육청이 합심해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학교와 한방병원 설립을 합의한 것도 ‘한 걸음’에 해당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풀어낸 이해당사자들에게 박하게 대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한계가 있다면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 사람들이 참고하면 될 일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119명이 9년 만에, KTX해고승무원 180명이 13년 만에 일터로 돌아가게 된 것도 이해당사들의 상호 간 이해와 합의에 따른 것이다. 모두가 승자고 축하받을 일이다.

이러저런 사례를 보고 있자니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거대한 명제도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 곳곳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다 보면 그것이 모여 대타협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시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강물이 만나 바다를 이루듯이 말이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한 걸음 나아가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면 좋겠다. 꼭 한 걸음이 아니더라도 반보, 이것도 안 되면 1cm라도 전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상상력이 좋은 현실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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