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 의식하지 않아 맘 편히 맞이해요”

▲ 한국국토정보공사 제주지역본부 오애리 본부장(사진=LX).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창사 최초로 여성 지역본부장을 배출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고 공정경쟁을 통한 인사혁신 일환으로 단행된 것으로 20여 년을 측량 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현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의 주목도가 높다.

LX가 출범된 지 42년 만에 최초로 제주지역본부장에 임명된 본사 오애리 전 고객지원처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지난 1985년 LX에 현장 엔지니어인 국토정보직으로 입사해 2013년 여성 최초로 경기 김포지사장을 거친 경력 34년 차의 베테랑이다.

34년 경력 지적 전문가는 사람 좋은 눈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면서도 그 목소리에는 당참이 묻어 나왔다.

매 순간 부딪치고 보는 패기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 등이 그녀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돼 왔다.


‘최초’라는 타이틀


오 본부장은 1985년 대한지적공사 입사와 동시에 본사 전산직으로 발령받아 측량 정보들을 기록하는 주된 업무를 도맡았다.

당시만 해도 전문적으로 지적학을 전공한 여성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발령받는 직무마다 최초라는 꼬리표가 늘 그녀의 곁을 따라다녔다.

그렇지만 그녀는 주어진 업무를 똑같이 수행하다 보니 그런 타이틀의 중압감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LX는 여성이 높이 올라가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 조직인데, 최근에는 여성을 대하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오 본부장은“최창학 사장님이 취임한 이후부터 기존의 인사 관행을 탈피해 여성이라고 승진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한 장벽을 없애기로 공언한 약속을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해서 시행된 지역본부장 공모에 지원하게 됐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발탁됐다.


측량일은 현장 일이 생명,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


그녀는 본사 전산직에서 11년간 근무한 이후 1996년부터는 경기지역본부로 발령받아 현장측량업무를 수행했다.

김포, 부천, 광명, 고양지사 등 경기도 곳곳을 순환 근무하며 측량기술자로 현장에서 지적도, 측량기와 동고동락하면서 땅을 그어 왔다.

그녀는 본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했었기 때문에 처음 현장 발령받았을 때 적응이 정말 쉽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신입사원 때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뒤늦게 현장에 나갔으니 주변 직원들도 잘 알 것으로 생각하고 처음엔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적극적인 성격으로 주변 동료들에게 다가가 많이 묻고 의견도 나누며 일을 익혀 나갔다.

오 본부장은“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동료들과 일하다 보니 소통 없이는 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매일 요즘 유행하는‘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처럼 술도 많이 사주고 즐겁게 일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소통한 결과 현장에서의 공을 인정받아 업무실적우수상이라는 최고 명예인 상도 받고, 측량팀장으로도 승진하는 행운을 누렸다.


후배 여성 직원들에게


전에 있던 지사에서 한 선배의 말을 예로 들면서“성실하게 임하고 있으면 누군가 그 노력을 지켜봐 주고 이끌어 준다”며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지금이 한 세대에서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전환기라고 말하며, 많은 여성 직원들이 넓은 꿈을 키울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LX에도 전체의 14% 가까이 되는 약 560명이 여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여성 관리자도 65명으로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차원의 의식 개선으로 이전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환경도 많이 좋아져 업무적으로 꿈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많아졌기에 벽을 넘는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 본부장은“‘1호’여성 지역본부장 탄생이 이렇게나 오래 걸렸지만‘2호’,‘3호’는 곧 나올 거예요”라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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