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된 예산은 어디로…서울시, 실태 알면서도 뒷짐

▲ 버스기사 A씨가 본지에 제보한 석식 사진(사진=버스기사 A씨 제공). ©박수인 기자

(팝콘뉴스=박수인 기자)올초 서울 시내버스의 2천 원대 저질 식단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부랴부랴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서울시민들의 발이 되어준 버스 기사들은 폭염에 시달리는 운행에도 여전한 부실 식단 앞에 할 말을 잃은 채 냉채 국물 몇 숟가락 뜨고는 자리를 일어선다.

송파구에 있는 한 버스회사에서 7년째 근무 중이라고 밝힌 버스기사 A씨가 본지에 제보한 식판 사진에는 쌀밥, 오이냉국, 열무김치, 버섯볶음, 근대겉절이가 전부이다.

A씨는 회사 구내식당은 한 끼 2400원에 위탁 운영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 특식으로 고기반찬이 나올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서울시 초등학생 1인당 급식단가가 3300원~3700원 사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턱없이 낮은 단가임을 알 수 있다.

서울 시내버스는 버스요금과 광고 수입 등으로 얻는 수익 약 1조1천억 원과 유류비, 인건비 등으로 쓰이는 비용 약 1조4천억 원 사이의 적자를 서울시 예산 약 3천억 원으로 보전받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표준운송원가로 버스 한 대당 하루 68만4945원을 버스 회사에 지원하고 있으며 이 중 1만864원은 복지비로 식대, 피복비, 상조비 등 직원 복지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65개 버스 업체가 식당을 운영하거나 위탁을 하는 업체 52개의 식당의 식대 단가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식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지 금새 알 수 있다.

지난 3월 서울시에서 실시한 버스기사 구내식당 실태조사에 따르면 식대가 한 끼당 2300원 이하인 곳이 2개 업체, 2300원 이상 3000원 미만인 곳은 33개 업체로 구내식당 67%가 초등학생 급식보다 낮은 단가의 식사를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버스정책팀 관계자는 “(서울시가) 식단 문제까지 일일이 다 간섭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도 “버스 노조와 함께 단체급식 업체에 외주를 줘 규모의 경제로 식사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이태주 정책기획국장은 “버스기사들은 오전 근무를 할 경우 2끼, 오후 근무를 할 경우 1끼의 식사를 제공받는다”며 “식사가 부실하다고 해서 30분의 짧은 식사 시간 동안 차고지와 멀리 떨어진 일반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사먹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맺은 ‘단체협약서 및 임금협정서’에 따르면 “회사는 순수복지후생적 측면에서 식사를 현물로 무상 제공한다”라고 명시돼 있지만, 식사 질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따로 없어 버스기사들은 수십 년째 부실한 식단에 목이 메인다.

서울시가 1대당 일일 지급되는 표준운송원가에 포함된 복리후생비 1만864원 중에서 식대 7200원(한 끼 2400원×3끼=7200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빈틈은 없는지 관리ㆍ감독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최근 서울 강북구 옥탑방 생활을 하며 민생행보를 이어가는 박원순 시장도 지난 3일 버스 노동자들을 찾아 애로사항과 버스 정책 등을 경청하는 자리를 가져 ‘저질 식단’ 문제도 거론됐으나 박 시장은 “고민해보자”는 답을 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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