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출산, 정부와 사회를 향한 저항 수단 일수도

편슬기 기자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안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초로 출산율이 0명대에 접어드는 유일한 국가가 된다. 

 

자살, 근무시간, 청소년 흡연 등 나쁜 것에서는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인구감소로 인한 국가소멸 순위가 세계 1위라는 소식도 뭐 이제와 새삼스러울 게 있나 하는 심정이다.

 

이제껏 거쳐 온 모든 정권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다양하고도 기상천외한 정책을 펼쳤지만 모두 막대한 예산만을 소비한 채 실패로 끝났다는 인식이 크다.

 

정부의 온갖 지원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오르긴 커녕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애초부터 대상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결혼을 해 자녀 계획이 있는 가정을 우선으로 지원하는 출산 장려 정책은 그들이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을 주겠지만 실질적으로 출산율을 올리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

 

정부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공략해야 할 대상은 이들이 아니라 비혼ㆍ비출산을 외치고 있는 젊은 층이다.

 

애초에 결혼을 할 생각이 없고 결혼을 했다고 한들 자녀 계획이 없는 이들을 상대로 ‘출산 지원금’, ‘유치원 등록금 지원’, ‘아동 보조금 지원’ 카드를 내세워 봤자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결혼을 포기하고 자녀를 갖기를 포기한 젊은 층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이들이 비혼, 비출산을 외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노동 강도와 지나치게 긴 근무 시간,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기초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빚을 업고 출발하는 대부분의 젊은 층들은 취업난을 헤치고 겨우 취업에 성공하면 다음에는 학자금을 갚느라 허리가 휘고 월세에 교통비에 통신비까지 내고 나면 적금들 돈조차 남아 있지 않다.

 

자신의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 애를 낳는 건 내가 뒤집어쓰고 있는 노예라는 멍에를 대물림 해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젊은 층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이미 내가 겪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불행을 아이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젊은 층들의 태도는 기득권층들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다.

 

기득권층들은 회사라는 거대한 쳇바퀴를 굴리기 위해서 새로운 노동인구의 충당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제 아무리 큰 회사라 해도 노동력을 제공할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비출산은 젊음을 착취해 제 배 불리기에 바쁜 기득권을 향해 더 이상 새로운 노동 인구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젊은 층들의 마지막 저항이다.

 

그들 스스로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분배하지 않는다면 마지막엔 그들이 노예를 자처해야 할 것이다.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단세포동물도 세포분열을 최소화한다. 하물며 고등동물인 인간은 어떻겠는가?

 

지금 젊은 층들이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살기 위한 발악이자 기득권층과 정부를 향한 분노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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