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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된 우리 문화재 국내서 관람하는 법

소유에서 향유(享有)의 정신으로–독일 사례와의 비교

홍선기 편집위원 | 기사입력 2018/04/03 [11:55]

약탈된 우리 문화재 국내서 관람하는 법

소유에서 향유(享有)의 정신으로–독일 사례와의 비교

홍선기 편집위원 | 입력 : 2018/04/03 [11:55]

▲ 독일정치경제연구소 홍선기 연구위원(팝콘뉴스 편집위원)

(팝콘뉴스=홍선기 편집위원) 필자는 올해 2월 초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서울 모대학 법대 교수로 근무하는 선배의 국회 공청회 발표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선배의 주장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국내에서 전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시될 동안만큼은 원 소유자로부터의 압류를 면제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우리 문화재인데 다른 나라가 약탈해 간 것 자체가 잘못이니 당연히 되돌려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전시기간 동안 압류를 면제해서 약탈국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야 한다는 논리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들었던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현재 일본에서 보관 중이고 더구나 국내로의 환수조치도 쉽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1970년 유네스코에서 체결된 국제협약에 의하면 도난이나 밀거래 문화재의 경우 절차를 밟아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 그림이 불법으로 반출되었다는 증거자료가 없기 때문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소유권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국내에서의 전시도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만일 한국에서 전시될 경우 반환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전시를 목적으로 한 대여조차도 꺼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한 사찰에서 보관 중이던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한국인들이 절도하여 국내로 들여온 사건이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조계종 소속의 부석사는 정부를 상대로 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승소해 부석사에 인도됐다.

 

이 사건을 통해 일본은 일단 일본을 벗어난 문화재가 소송 대상이 되면 일본으로 되돌아 올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과거 문화재를 약탈당했던 국가들의 문화재 전시 요청을 꺼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유럽에서도 있었다.

 

1993년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미술관인 퐁피두 센타에서 ‘마티스’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그런데 당시 마티스 그림의 소장가가 아닌 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전시 중인 작품을 압류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프랑스 루앙의 시립미술관에서 ‘모네’ 특별전을 개최하였을 때 전시 목적으로 대여를 약속했던 해외 소장가들이 ‘마티스’전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소장 회화를 압류당한 것을 이유로 임대를 거절했고, 결국 기획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는 1994년 전람회를 위해 임대된 미술품의 압류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그러자 오히려 이 법을 통해 프랑스는 많은 나라로부터 미술품이나 문화재 등을 안정적으로 임차하여 다른 이웃 유럽 국가에 비해 왕성한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유럽인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유명 그림을 보기 위해 프랑스로 향하게 되었다.

 

이러한 프랑스의 성공사례를 모방하여 벨기에,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전람회를 위해 임대된 미술품의 압류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독일도 물론 이중 하나였다.

 

독일은 맥주나 자동차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박물관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수의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고된 독일 내의 박물관 수는 90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국가나 각 시 또는 문화재단에서 직접 관리, 운영하는 박물관이지만 개인이 직접 작품을 수집하고 운영하는 사설 박물관 역시 상당히 많다.

 

이처럼 많은 박물관이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박물관 운영을 위하여 독일 유수 대학에서는 ‘박물관학’과를 따로 두어서 박물관 운영 전문가를 키워내고 있는 실정이다.

 

박물관학과를 졸업한 전문가들은 박물관과 관련된 전시 기획, 조직, 예산, 홍보 및 행정 등 박물관 운영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배우기 때문에 이들에 의해 운영되는 박물관은 상당히 선진적이고 전문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매달 첫째 주 일요일을 ‘박물관의 날(Museumtag)’로 지정해서 독일 내의 모든 주에서 국가나 시가 운영하는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이나 학생들의 경우 매달 첫째 주 일요일을 이용해서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일련의 정책은 독일이 국민들에게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들이다.

 

독일의 박물관과 관련한 주요 정책으로는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Kultur für alle)”이 있다.

 

이는 문화 소외 집단 없이 전 국민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문화예술을 배우고 즐기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차별이 없는 사회를 추구하며, 특히 학생 중에서 취약계층이나 이민자 가정 등에게도 불이익이 없도록 문화예술 교육을 원하는 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독일은 프랑스 사례를 모범으로 해서 문화재보호법(Kulturgutschutzgesetz) 73조 이하에 독일에서 해외의 문화재나 그림 등을 전시하려고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연방관청에 신청을 하면 연방관청은 미술품이나 문화재를 독일로 들여오기 이전에 그 반환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고, 이러한 반환 보장이 이루어지면 소유권을 주장하는 다른 제3자는 이러한 미술품이나 문화재를 대상으로 압류나 압수 등을 허용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프랑스의 사례와 같이 현재 예술적 가치가 높은 소장품들의 소장가들이 그 반환을 보장받음으로써 두려움 없이 독일 내에서의 전시를 위해 얼마든지 대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올해는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오는 1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大)고려전’을 개최하기로 한 정부는 직지 등의 전시 계획을 수립해 왔다고 한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은 지금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보관 중인데 현재 프랑스 당국은 우리나라는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문화재 압류면제법이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의 전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즉 직지 대여 조건으로 ‘압류면제법’ 통과 좌절을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한 것이다.

 

일부 문화재 시민단체들은 모 의원이 추진했던 ‘문화재 압류면제법’이 우리 문화재의 불법 반출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당시 법안 발의를 위한 공청회 자리는 서로 상반된 의견을 가진 시민단체의 팽팽한 기 싸움에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심지어 상대방을 매국노로 몰아붙이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말았고, 결국 이와 같은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은 법안 발의를 포기했다.

 

문화재는 ‘소유’도 중요하지만 ‘향유’도 중요한 가치이다.

 

따라서 당장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도로 가져올 수 없다면 적어도 전시하고 우리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국제적인 추세도 ‘문화재’를 인류 공공의 것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법적 장치를 강구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추세를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고 본다.

 

 

  

 

독일정치경제연구소 홍선기 연구위원

 

-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법학박사

 

- 팝콘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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