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의 뚜렷한 인식 차이로 논란 양상


(팝콘뉴스=윤혜주 기자) 미투 운동의 확산에 따른 반대급부적인 성격으로 ‘펜스 룰’이 남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남녀간의 뚜렷한 인식 차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마저 양산되는 모습이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이 범사회적인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남성들 사이에서는 ‘펜스 룰’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펜스룰(Mike Pence's Rule)은 미국 펜스 부통령이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 인터뷰를 통해 “아내 이외 여자와는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자신의 인생 철칙을 밝힌 것에서 유래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아내와 사별한 뒤 가사도우미와 측근 보좌진을 모두 남성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펜스 룰을 실천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펜스 룰에 따라 “애당초 여성과 문제가 될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남성들과 “펜스 룰로 인해 직장 내 유리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여성들의 가치관이 서로 대립하면서 남녀 갈등의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투 이후 또 다른 차별?


펜스 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며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샌드버그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남성들이 직장내 성희롱을 방지하는 방법이 여성들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여성들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글이 회자되고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펜스 룰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행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사회내 여성의 기회를 축소하고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펜스 룰 확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펜스 룰에 반대하는 여성들은 “펜스 룰을 명분으로 회식이나 출장에서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여성들의 경력에 장애물이 생성된다”, “잠재적 미투가 될 수 있음에 여성을 배제하는 것은 새로운 차별의 시작이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펜스 룰이 직장내에 번지면서 여성들은 투명인간과 죄인 취급을 받으며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또 다른 2차 가해 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펜스 룰이 고위 간부인 남성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여성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으려는 여성 기피 현상에 대한 우려도 크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성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 SNS상에서 '펜스라서 살아男았다!'라는 펜스롤을 지지하는 만화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사진=SNS 갈무리).

다수의 남성들이 실천하고자하는 펜스 룰은 성과 관련한 불필요한 스캔들에 연루되거나 억울하게 오해 받는 일을 사전에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막이다.

일각에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성들에게 무고하게 고발당하는 남성들도 많다는 주장이 있으며 SNS 누리꾼들은 “남자들의 과잉방어가 아니라 과잉공격에 의한 방어기제”라고 말한다.

지금껏 미투 운동으로 고발당한 가해자들은 모두 남성들이며 여성들은 피해자들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반적인 남성 모두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시선들이 실제로 존재하며 이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남성들이 많다.

▲ SNS 상에서 '펜스롤'에 대한 찬반 의견이 뚜렷하다(사진=SNS 갈무리).

SNS상에서는 “10초 이상 여자를 바라보면 성폭력이라고 취급받는 시대”, “여직원과 말 섞다가 고소당한다”, “펜스 룰의 확산은 지금의 분위기와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결과”라며 모든 남성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아님을 강조했다.

더욱이 일부 언론에서 펜스 룰을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과도한 경계라고 보도하며 남녀 대립 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실제로 지난 4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3ㆍ8 세계여성의 날 기념 광화문 행사에 참여한 남성들도 많으며, 여성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차별적 경험이 많지 않을 뿐 남성들도 성차별적 경험에서 피해자인 경우도 있다.

현재 다수의 사람들이 말하는 펜스 룰에 ‘과도함’만 뺀다면, “술자리에 여자가 있어야 한다”, “여자는 회식자리의 꽃이다” 등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성차별적 언행을 자기 검열을 통해 자제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펜스 룰이 고질적인 사회 성차별적 구조를 없애기 위한 남성들의 진정한 노력의 일환으로 확산된다면 남성 성폭력 가해자들이 없는 세상이 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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