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 신지원

▲ 타투이스트 신지원(사진=팝콘뉴스).


“10년 뒤에는 타투가 양지의 문화로 올라옴과 동시에 저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꿈입니다.”

(팝콘뉴스=최혜인 기자)최근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 받는 타투를 몸에 새기는 직업, 타투이스트 신지원(별명 매드맨) 씨의 말이다.

한국타투협회 추산 결과에 따르면 국내 타투 인구는 1백만 명 이상으로 타투가 몸을 꾸미고 사상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면서 타투이스트는 고용노동부가 꼽은 신직업이자 독립 예술가로 각광 받고 있다.

타투이스트 신지원 씨는 섬세한 명암 표현과 과감한 디자인, 1인 1도안 등으로 최근 SNS에서 주목 받는 신예 타투이스트이다.


아버지 팔에 새긴 타투 보고 자란 ‘타투이스트’


신 씨는 아버지가 과거 못다 이룬 학업의 꿈을 담아 왼쪽 팔뚝에 ‘교(敎)’라는 글자를 새긴 것을 보고 자라 일상에서 타투와 친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타투이스트의 꿈을 키워 성인이 되자마자 발등에 최초의 타투를 갖게 된다.

그녀는 “무작정 방문해 받았던 최초의 타투 시술은 신기함 그 자체여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타투에 관심을 갖고 도안도 찾아보며 몸 곳곳에 타투를 새기게 됐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신 씨가 몸에 새긴 타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쇄골 부근에 새긴 것으로 직사각형을 선과 명암으로 꾸며 화려함을 강조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을 새기면서 그녀는 평생 지속되는 예술을 내 손으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타투이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신을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교과서 귀퉁이에 그림을 그리던 말썽쟁이”였다고 표현한 그녀는 “타투이스트는 제가 좋아하는 타투와 그림을 동시에 즐길 수 있기에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며 직업에 대한 확고함을 드러냈다.


“타투의 매력은 한 번 새기면 쉽게 지울 수 없다는 점”


▲ 타투이스트 신지원 씨가 타투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팝콘뉴스).


타투는 작은 바늘로 피부에 물감을 넣어 모양과 색을 입히는 행위로 두껍고 깊은 피부층인 진피에 새기는 시술로 한 번 새기면 지우기 쉽지 않다.

특히 사람의 피부는 종이와 달리 곡선이기에 정확한 직선을 그리기 어려워 타투이스트들은 처음 타투를 배울 때 직선 그리는 법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신 씨는 “타투는 선으로 표현하는 예술인데다가 한 번 잘못 그리면 되돌릴 수 없는 작업이기에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가 속한 ‘이 세상을 바늘로 그리는 사람들’ 스튜디오의 평균 수강 기간은 6개월이나 일정 숙련도를 채우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어 1년 이상 수강하는 사람도 종종 발생한다.

신 씨는 첫 작업을 떠올리며 “위생장갑이 찢어질 수 없는 작업인데 작업을 끝내니 장갑이 너덜거리고 겨울이었는데도 땀이 비 오듯 흘러 쓰러질 뻔했지만 결과물에 만족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껴 타투이스트가 천직임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타투는 평생 이어지는 특별한 예술인데 나만의 도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간단한 주제라도 각기 다르게 그려내려 노력한다”고 밝히며 자신만의 작업 스타일을 설명했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자유로운 활동


타투가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며 점차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보수적인 국내 정서상 ‘타투는 품행이 불량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더욱이 타투를 시술한다는 타투이스트들 가운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직업을 숨긴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반면 신 씨는 이들과는 달리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부모님께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겠다고 말씀드렸던 당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관련 직업을 가지게 될 줄 알았다며 응원해 주셨다”면서 “심지어 요즘에는 제가 당신 몸에 시술하길 바라셔서 실력을 키우고 있는 중”이라고 웃었다.

하지만 겨울보다 신체 노출도가 높은 여름에 남녀노소 행인들의 시선이 따라오고 무례한 질문도 이어지는 등 부모님의 시선과는 다른 주위의 악의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그녀는 “한번은 모르는 할머니에게 시집은 어떻게 갈 것이냐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제 선택에 후회는 없다”면서 “이런 시선에는 익숙해지면 그만”이라고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10년 뒤 나만의 작품 세계 구축할 수 있길”


▲ 타투이스트 신지원(사진=팝콘뉴스).


대법원이 1992년 ‘눈썹 반영구 문신 피해 소송’에서 보건위생상 위험을 이유로 문신은 의료행위라고 판결하면서 모든 문신 시술은 의사 자격증을 소유한 사람만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타투이스트들의 작업은 모두 불법으로 단속을 피해 대부분 타투 작업장들은 건물 옥상이나 지하 등지에 숨어 있다.

그녀는 “의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6년 이상 공부한 사람들이 타투이스트로 활동을 할까요?”라고 의구심을 표하며 “교육생 때 위생에 대해 철저히 교육받고 작업시 꼼꼼한 소독과 1회용품 사용, 금속 알러지 환자 시술 지양 등 감염ㆍ부작용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또 “당장의 무조건적인 허용은 현실상 힘들겠지만 규제가 완화돼 타투가 양지로 올라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불법시술,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주눅들 때도 있지만 신 씨는 타투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타투는 사람마다 피부 상태가 달라 같은 도안으로도 다른 느낌이 나는 특이한 예술로 완벽히 통달한 인물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그녀는 “10년 뒤 어떤 스타일의 타투를 그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만의 작품 세계를 확고히 구축해 그림만 보여줘도 ‘아, 이 타투는 매드맨의 작품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추억, 신념 등을 몸에 담아내는 타투이스트 신지원 씨가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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