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혁명가이자 철학가…주체적인 삶 강조

▲'둥글이' 박성수 시민운동가 © 박종우 기자

(팝콘뉴스=박종우 기자) “자기 일상에서 스스로, 주체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잘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개 사료를 뿌리고 피켓을 들고 시위하던 역동적인 모습과 달리 “청문회 자리이니까 성역 없이 질문을 해 달라”며 활짝 웃는 그의 미소엔 온화함이 배어 있다.


자연보호 운동가, 유랑투쟁을 떠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검찰청ㆍ경찰청, 3개의 경찰서에 개 사료를 뿌리고 검찰청에 개똥을 던져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둥글이’ 박성수 사회운동가는 처음부터 행동하는 시민운동가는 아니었다.

그는 2002년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환경보호운동을 위해 군산에서 질서 캠페인을 전개해 오다 2004년, 2005년에 새만금 사업, 핵 폐기장 사업 등이 추진되자 환경 보존을 위해 앞장서 온 것을 계기로보편적 상식이 통용되는세상을 바라보며지금까지도 외로운 투쟁의 길을 걷고 있다.

박성수 씨는 “투쟁의 기로에서 건설업자들만 이득을 보고 주변 마을 사람들은 생계를 잃고 휴지를 줍고 다니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개발 이후 피폐해진원주민들의 삶에 대해 분개했다.

또 한편으로 이권에 의해 사람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단순히 건설업자들 의지로만 부조리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근본적인 내면에서부터 갈구하는 욕망이 다른 사람들과 엮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을깨닫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유랑 투쟁을 시작했다고 한다.


10년이 넘는 시간, 자신과의 싸움


2004년부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군산 구시청사거리 정류장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4시간씩 서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부나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전개하다가 2006년 전국구로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된다.

둥글이 박성수 씨는 전국 250개 자치단체를 도보로 여행하며 거리에서 노숙하고 구걸하면서 스스로를 연단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까지 180개 자치단체를 다니면서 ‘유랑투쟁’을 하고 있다.

유랑투쟁을 하다 보면 힘든 점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랑투쟁을 하다 보면 텐트 치고 자는 도중에 쫓겨나기도 하고, 버너에 물을 올리고 라면을 끓이다가도 도망을 다니는 일이 다반사지만 ‘낯선 곳에서 만난 친구’ 덕분에 계속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또 캠페인을 해 나갈 수 있었다”고 답하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제가 초등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으면 선생님들이 나오셔서 뭐하는 사람인지 의심의 눈빛으로 바라보다 제 설명을 듣고, 전단지를 보시면 응원해 주시고 후원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이렇게 매달 천 원, 2천 원씩 10년 넘게 지금까지도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 덕분에 이렇게 생활한다”고 감사함을 표했다.(작년 중반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 후 지금은 벌어서 생활하고 있다.)

유랑투쟁을 하지 않을 때는 지인 가게 구석에서 방을 얻어 생활했다는 그가가진 재산이라곤 옷 박스와 책, 경찰 조사 받은 서류 박스가 전부일 정도로 무소유는 아니지만 저소유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재작년, 커다란 시련을 맞이했다.

그에게도 더 이상 얹혀 살지 않고 독립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박성수 씨는 “2016년 구속적부심사 당시 거주지가 불분명한 것이 구속 요인으로 작용했고 출소 후 보니까 제 거주지 주소에 살고 있었던 분이 압수수색을 당했던 일도 있어서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마흔 셋에 처음으로 방을 구해 수도세, 전기세 내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둥글이, 개 사료를 뿌리다


▲ 개 사료 '둥글이' 박성수 시민운동가 © 박종우 기자

유랑투쟁을 통해 내면을 성찰하고 개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캠페인을 벌이던 그에게 삶의 전환점을 맞는 변화가 찾아왔다.

2015년 유랑투쟁을 하던 둥글이 박성수 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을 당시 엄마부대와 어버이연합이 “자식들 시체 장사한다”고 비난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시민들이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세월호 관련 전단지를 뿌렸는데 단순 경범죄가 아니라 형사계에서 조사를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거리로 나선다.

전단지 바닥에 뿌린 것은 경범죄 처벌 정도인데 공권력이 투입돼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막으려고 하는 것이 화가 났다는 그는 “권력의 개들아, 개 사료나 먹어라”라는 취지로, 상징적 항의로 개 사료를 뿌렸고 시민들은 물론 진보ㆍ보수 언론 가리지 않고 단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사실, 개 사료 퍼포먼스 아이디어의 모티브를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 착안해 왔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힘이 없다 보니까 공권력을 물리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막힐 것이 명약관화인 상황에서 틈을 벌려 비집고 들어가는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해 박근혜 각하의 창조 경제가 떠올라각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어떻게든 없는 틈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 전에 해 왔던 운동의 방식들도 중요하지만 이미 권력이 적응해 막을 방법들을 강구해놨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개 사료를 뿌렸다는 것이다.


전과 11범의 퍼포먼스


날카롭지만 해학적인 풍자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긴 둥글이의 퍼포먼스 중, 둥글이 자체 선정 ‘가장 재밌는 퍼포먼스 1위’는 2016년 9월에 있었던 회장님 퍼포먼스다.

군산의 한 다리 밑에 ‘그네바보’라고 페인트로 낙서를 해 놓은 것을 일베(일간베스트)가 신고를 해 경찰에서 수사에 들어가 출두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이때 박성수 씨는 5만 원짜리 경범죄에 경찰 수사라는 기막힌 현실에 재밌는 퍼포먼스를 기획한다.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은 채 휠체어를 타고 경찰서에 나간 것이다.

“보통 대기업 회장님들도 검찰 조사를 받을 때 환자복 입고 링거 꽂고 휠체어를 타고 가면 형량을 대폭 줄여주잖아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가면 5만 원짜리 과태료를 몇천 원으로 깎아주지 않을까 해서 그런 퍼포먼스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18년 개띠 해인데 아직 개 사료 줄 곳이 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그에게 아직 남아있는 재판은 4개 정도로 지난 정권에서 1심 유죄판결을 받아 변호사협회에서 회의를 통해 4명의 변호사가 무료변론에 나섰다.

도움을 주는 변호사들이 무죄를 확신하고 있어 무죄를 선고 받으면 지난 정권의 개 역할을 한 검찰과 재판부에 개 사료를 가져다 주겠다는 야심찬계획이다.


둥글이가 바라는 사회


최근 유쾌한 풍자로 눈길을 끌었던 둥글이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던 팬들 1/4이 떠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박성수 씨는 팬들이 자신의 언행에 불만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서 문재인 정권이 잘한 부분들은 칭찬하고 또 못한 부분들은 지적하고 고쳐 나가도록 하자는 것이 저의 의견인데, 이렇게 되니까 양측에서 다 욕을 먹게 된다”며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문재인 진보 쪽에서 욕을 하고, 잘한 부분을 칭찬하면 보수 쪽에서 욕을 하고….”

하지만 둥글이는 문재인 정권도 잘못된 부분은 지적을 하고 잘한 부분은 지지를 하는 것이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9년 동안 서로 싸우다 보니까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여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가장 큰 고민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양쪽 극단에서 그간 쌓여 왔던 것들이 많아서 대립을 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권의 후반부로 가면서 다음 정권을 만들기 위한 부분에서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타인의 의견이 자신과안 맞으면 손가락질하는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 긍정적으로 변하기가 힘들 수 있다고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 개 사료 '둥글이' 박성수 시민운동가 © 박종우 기자


일상에서 주체적으로


박성수 씨는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많아 공부를 하다 보면 한국 사람들은 보스를 따라가려는 성향이 있고 또 그 사람들이 무엇인가 전부를 다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일상에서 스스로, 주체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잘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지 않을까 라는 소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둥글이는 “계속해서 보수정당 찍고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던 사람이, 촛불집회에 나오신 분들은 엄청나게 혁명적인 삶을 사시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각자의 진보를 위해 한 발짝 내딛는 노력이 필요하며, 내 스스로의 일에 충실하고 내 인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고, 다른 사람도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새해 희망을 남겼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