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도전 즐기는 디자인계의 자영업자

▲ 다음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조경규 작가(사진=팝콘뉴스).


“만화, 카탈로그 등 여러 작품을 제작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자영업자일 뿐입니다.”

(팝콘뉴스=최혜인 기자) 조경규 작가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음식만화인 일명 먹툰 ‘오무라이스 잼잼’을 연재하며 음식에 대한 역사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만화, 소설, 예능프로그램 등 음식을 주제로음식 소개 뿐 아니라 셰프의 조리과정, 음식 역사와 사연 등을 담아내는 콘텐츠들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푸드 포르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조 작가는 2008년부터 팝툰에서 연재한 ‘차이니즈 봉봉클럽’과 2010년부터 다음 웹툰에서 선보인 오무라이스 잼잼을 통해 요리와 역사를 접목한 작품으로 요리 콘텐츠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모든 디자인에 발 담근 자영업자


조 작가는 영화 ‘쥬라기공원’ 시리즈를 보고 ‘공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생명공학과에 입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3학년 때 중퇴한 뒤 군 제대 후 미국 뉴욕에 위치한 프랫 인스티튜드에 입학해 본격적인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밴드 멤버로도 활동하고 중국식당 메뉴판도 제작하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사진, 실크프린팅, 인쇄작업 등 다양한 작업으로 본인의 커리큘럼을 쌓은 조 작가는 현재 만화 뿐 아니라 카탈로그, 일러스트, 명함ㆍ로고 등 그래픽 디자인과 영상 디자인, 홈페이지 제작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 전반에 손을 뻗고 있다.

조 작가는 자신을 작가가 아닌 자영업자라고 소개하며 “식당 전단지처럼 많은 정보를 빈틈없이 눌러 담는 채움의 미학을 선보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 다음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조경규 작가(사진=팝콘뉴스).


음식만화, 직접 체험하고 맛본 후 그려야


1996년 만화 ‘외계왕자 난조’로 데뷔한 조 작가는 만화잡지 팝툰에 차이니즈 봉봉클럽을 연재하며 본격적인 만화가 활동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중식을 소개하고자 그는 당시 생소했던 음식을 주제로 잡고 직접 중식당을 탐방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조 작가는 “두어 가지 음식만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로 식당을 소개하는 것은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음식점을 최소 3~4번 방문해 음식을 직접 맛본 후 업체들을 선별했다”면서 “먹는 것과 만화 창작 등 좋아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팝툰이 폐간되고 다음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는 소재 고갈로 후반부에는 접하기 힘든 음식만 나오는 기존 음식만화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음식들을 소개하는 오무라이스 잼잼을 선보였다.

그는 “백과사전처럼 음식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음식의 역사와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엮어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또 “음식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제품명이나 식당명을 변경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 제품명, 식당이름,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게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조경규 작가가 다음 웹툰에서 연재 중인 음식만화 '오무라이스 잼잼'(사진=다음 홈페이지 갈무리).


맛있는 것이 건강한 것ㆍ디지털보다 아날로그


최근 1일 1식, 소식 등 건강을 위한 식생활 변화가 일어나는데 반해 조 작가는 “맛있게 먹는 것이 건강한 것”이라며 최신 트렌드를 거스르고 있다.

더욱이 그는 딸과 아들에게만 유기농 제품을 먹이는 등 건강식을 따로 챙기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닌 어떻게 먹느냐로 가족식사는 예절, 사고방식 등을 배우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즐겁게 먹을 수 있어 건강하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4차 산업 시대가 임박한 현시점에서도 디지털을 멀리하고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다소 특이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만화 주제는 포스트잇에 연필로 작성해 연재 순서를 정하며 만화는 A4용지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붓펜으로 선을 딴 뒤 일일이 지우개질을 한 후 스캐너로 컴퓨터에 옮겨 작업을 진행한다.

조 작가는 “디지털은 직접 만질 수 없는 실체화되지 않은 정보로 누군가 선을 뽑으면 삭제돼 원하는 정보를 영구히 보존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극단적인 예로 인류가 멸망했을 때 남는 것은 아날로그 책뿐이기에 인쇄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 다음 웹툰 '팬더댄스' 5화 연재분(사진=다음 웹툰 갈무리).


여과 없는 표현, 세상의 시각을 깨닫다


한편 조 작가는 오무라이스 잼잼 ‘키위’ 편에서 특파원이 반바지를 입는 것을 보고 진정성이 의심된다거나 ‘돼지고기 동동’에서 채식주의도 생명을 없애므로 잔인하다고 말하는 등 사상을 여과 없이 표현하면서 일부 독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그는 “부정적인 의도로 표현한 것이 아닌데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 느끼게 됐으며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 싸울 때 굉장히 슬펐다”며 당시 심정을 드러냈다.

논란이 일어난 후 조 작가는 “내 상식이 타인의 상식이 아님을 깨닫고 이제는 작품에 ‘내가’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해 개인의 생각임을 강조한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작품에 대한 댓글을 보기 전 아내에게 미리 봐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단행본 제작 가치 있는 작품 만들 것”


조 작가는 소재 고갈 걱정이 없는 만큼 오랫동안 오무라이스 잼잼을 그리고 싶다고 꾸준히 어필해왔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기에 모든 에피소드가 소중하고 에피소드당 평균 3개월간 고민을 거듭해 선보였을 때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단행본이 될 나무를 벨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작가로서의 목표이며 만화 혹은 디자인 장인으로 불리기보다 여러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고 즐기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자영업자로 남고 싶다”는 신념을 보였다.

▲ 다음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조경규 작가(사진=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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