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자발적 파견 강요 논란까지…"예시로 문구 만들어 표준 계약서일 뿐"

(팝콘뉴스=손지윤 기자)

이마트가 직원 보호를명목으로 만든 '사원 보호 프로그램'이 오히려 직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이와 더불어 협력업체에 자발적 파견을 강요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기업 '갑질'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3일 참여연대, 민주노총, 김정노동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측의 '사원 보호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그간 지속된 이마트의 이 같은 행보를 지적하며 "이마트는 감정노동자 보호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직원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지난 2014년 이마트가 사원 보호 프로그램으로 만든 'E-CARE'다.

이 프로그램은 흔히 '갑질 고객'이라 불리는 고객으로부터 폭언과 성희롱을 당하는 사원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

그러나 이들은 "이마트는 사원보호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직원들이 입는 감정노동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날 증언에 나선 이마트 해운대점 한 계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한 50대 남성 손님이 사은품으로 받은 생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성희롱과 욕설을 들었다"면서 "관리자는 손님에게 욕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할 뿐 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 날 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지만 관리자들은 퉁명스럽게 '절차를 밟아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 또한 "사원보호 매뉴얼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사원의 감정 소모를 최소화해 근무 만족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손님의 불만을 진정으로 경청하라는 전제 조건을 달아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고객 보호인지 사원 보호인지 혼란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실제 갑질 손님을 대한 직원들이 나서서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며 "사원보호 프로그램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 여전히 바뀐 것 없는 '을(乙)'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기자회견으로 '대형 마트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갑질 손님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이 무색해졌다'고 보는 의견 역시 지배적이다.

갑질의 천태만상 집합체…이마트

여기에 최근 한 언론 매체의 단독 보도로 이마트가 협력업체에 자발적 파견을 강요한다는 제보가 알려지면서 고객 갑질이 아닌 대기업 갑질 논란이 더해졌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마트와 협력업체 간의 '협력사원 근무 의뢰서'에는 '협력업체가 이마트에 사원을 자발적으로 파견하길 원한다', '이마트 직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교육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 이마트와 협력업체가 맺는 '협력사원 근무 의뢰서' ©JTBC뉴스 캡처

그러나 실제 협약서에 담겨 있는 모든 내용과 문구는 이마트에서 정한 것이고 협력업체는 형식적으로 서명만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문제가 된 것.

게다가 이마트에 파견된 협력사원이 마트 내에서 파견 목적과는 별개의 업무도 도맡고 있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또한 한 협력업체 대표는 "계약을 계속하려면 파견하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이런 갑질 문서를 만들어 놓고 자발적으로 파견한다고 써놓고 서명만 하라니까 너무 치욕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팝콘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원보호 프로그램은 고객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는 현장에서 관리자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님 진정'보다 '직원 보호'가 우선이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사원보호 프로그램이 CS교육과 차이가 없지 않냐는 질문에 "CS교육이 아니라 직원 보호 차원으로 만든 것이다"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아울러 자발적 파견 강요에 대해서는 "파견업체가 규모가 작은 경우 문구를 예시로 만들어 표준 계약서를 제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개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발적 파견을 강요한 바 없고 파견 온 사람들은 해당 업체의 물건을 진열하고 판촉을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들에게 다른 업무를 맡긴 적은 없으며 영상에 나온 모습도 해당 계열사의 다른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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