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강정욱 기자)

올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5ㆍ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르는 현행 방식이 유지된다.

이에 따라 야권을 비롯해 호남지역 주민들의 반발 우려가 수년 간 이어지면서 오히려 국론이 양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3당 원내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자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제창을 반대하는 국가보훈처(처장 박승춘)는 기념곡 지정 여부에 대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보훈처는 "'제창'은 정부 기념식에서 4ㆍ19 기념식은 '4ㆍ19의 노래' 등 기념일과 동일한 제목의 노래는 제창하고 기념일 제목과 다른 제목의 노래는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부르게 하는 것이 정부의 관례"라고 덧붙였다.

'합창'은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이며, '제창'은 참석자 전원이 모두 함께 부르는 형식으로 공식 행사에선 위상 차가 크다는 평이다.

합창을 하면 합창단에 초점이 맞춰지고, 제창을 하면 참석자가 그 대상이 된다. 제창을 하면 참석자 모두가 노래를 따라 부르기 때문이다.

16일 보훈처는 5ㆍ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방침을 고수하면서 5ㆍ18 기념곡으로 지정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권이 강하게 요청한 이 사안이 단순한 기념곡 차원을 넘어 협치(協治)의 첫 시험무대로 인식됐지만 올해까지 8년째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에만 사전에 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이날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청와대 회동에서 합의 정신을 확인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2~3일도 채 지나지 않아 현행을 고수하기로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국가보훈처장이 거부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야당 원내대표에는 (지시하겠다고) 얘기하고선 사실은 지시를 안 한 것이냐"며 "국가보훈처는 이 문제를 재검토하고 청와대는 다시 지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정운영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걸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만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국민의당하고만 파트너십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서비스를 통해 국가보훈처의 공식 발표 전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현 정무수석은 박 원내대표에만 이 사실을 사전 통보하고 더민주 측에는 알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청와대가 야권에 '선택적 협조'를 요청했다는 의미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의당도 청와대에 날을 세웠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극소수의 수구 냉전세력 영향권에서 과연 대통령이 언제 벗어날 수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비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제창을 못 하게 해 반쪽 행사가 될 위기"라며 "박 대통령의 고집을 더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반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제창으로 가면 노래를 따라 불러야 하는데, 그럼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며 "자칫하면 또 다른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보훈처의 설명"이라고 했다.

보훈처가 내세운 논리는 이 노래가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것.

작사를 한 황석영과 백기완이 친북 활동을 벌였다는 것으로, 이들이 작사한 이 곡이 '국민통합을 위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히 작사자 등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제창 시 또 다른 논란 발생으로 국민 통합에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창 진행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야권은 이 노래를 5ㆍ18 지정곡으로 정하되, 당장의 변화가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우선 합창을 제창 형식으로 격상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보훈처는 이 같은 '단계적 격상'도 불가능하다는 뜻을 비춘 것.

박 대통령이 불참한 지난 5ㆍ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할 때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ㆍ문재인 전 대표 등이 모두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반면 정부 대표로 참석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정부 관료 등은 모두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한편,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5ㆍ18 민주화 운동이 정부 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제창 방식으로 참석자 전원이 반주에 맞춰 함께 불렀다.

2004년 참여정부 시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2년차이던 2009년부터는 식전 공연으로 밀려나면서 공연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참석자들이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2010년엔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30주년 기념식 식순에 편성했다 들끓는 비난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후 2011년부터 본 행사에 배치됐지만 합창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013년 6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여야 국회의원 158명의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기념곡 지정 관련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지정을 미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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