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원내대표, 비대위長 겸임…혁신위원장은 외부인사 영입키로

(팝콘뉴스=강정욱 기자)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범을 백지화했다가 비난 여론을 의식해 당내 혁신특별위원회(혁신위)를 설치해 개혁방안을 계속 논의키로 했다.

이렇게 당 수습체제를 위한 비대위 설치 번복이 사실상 친박계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따랐기 때문이다.

11일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4선 이상 중진연석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전까지 준비와 관리를 위한 비대위를 꾸리면서도 당 쇄신방안을 논의하는 혁신위를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더라도 혁신위 활동을 보장하기로 한 이원구조로 결정했다는 것.

특히 122명 당선인 전원을 상대로 돌린 설문지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관리형 비대위와 혁신위를 함께 설치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은 그간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 뒤 국민들에게 약속해 왔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것.

이어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기로 하면서 전당대회 직전까지 당대표가 부재한 데 따른 '비상 타이틀'을 하나 더 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비대위원장이라는 직함만 있을 뿐, 비대위의 존재 자체가 없는 셈.

특히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과정과 당선 직후, 외부인사를 모셔와 강력한 비대위를 꾸리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쇄신안을 마련하려는 혁신위의 위원장은 외부인사를 영입해 맡기기로 했다.

그간 친박계는 '관리형 비대위+별도 혁신위'안을, 비박계는 외부인사가 맡는 '혁신형 비대위'안을 주장해 왔다.

관건은 혁신위의 권한과 구성, 활동기간과 영향력 등이다.

앞서 2014년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꾸려 혁신안을 만들었지만 당시 당론으로 정한 상향식 공천제가 4ㆍ13 총선 공천에선 무용지물이 됐다.

이 때문에 비박계에선 "혁신위의 혁신안은 지도부가 원안대로 수용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날 연석회의 결과에 대해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혁신위의 결정을 차기 지도부가 수용하도록 하는 방법은 논의가 됐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회의에 참석한 비박계 한 중진 의원은 "혁신위의 결론은 비대위에서도 손을 대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며 "차기 전대 전에 당헌ㆍ당규 개정을 한다는 의미"라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혁신위 구성을 두고 다시 친박 대 비박 간 계파 갈등이 재연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관측이다.

혁신위가 다룰 사안 중에는 공천개혁안뿐 아니라 공정한 대선 경선을 명분으로 도입했던 당권ㆍ대권 분리 조항 폐지 등 차기 대선 구도와 관련된 예민한 문제가 포함돼 있다.

당권ㆍ대권 분리 조항에 따르면 대선주자는 차기 대선 1년 6개월 전에 모든 선출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또한 활동기간에 대해서는 '전대 이전까지 혁신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미진한 점이 있을 경우에는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 만큼 새 지도부 선출 이후에도 논의가 늘어지면 쇄신 의지가 흐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정기국회가 끝나면 당은 급속히 차기 대선 체제로 전환돼 대선주자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권한도 명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활동기간마저 길어진다면 당 혁신은 물 건너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선호하는 혁신위원장으로 김황식 전 총리를 가장 많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김진홍 목사,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수성 전 총리, 인명진 목사, 조순형 전 의원,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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