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쓰는 이진은(1966년 출생)은 386세대부터 시작해 앞의 숫자를 4와 5로 바꾸며 지내 온 '그때 386세대'의 산증인이다. 그는 수자원개발 관련 설계를 하며 짬짬이 詩를 쓰고 있다. <편집자 주>

처음 착한 마음이었던 그때가
그립다면 멈추지 마라

초심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와서
미소 속의 세상살이만으로
먼 풍경 바라보며 '사랑해'라고
혼자 되뇌일 수 있다면

멈추지 마라
멈춰야만 한다면
세상살이 고통과 책임을
시간의 흐름 속으로 맡겨 두고
남겨진 길 천천히 가다 보면

내려놓을 건 홀로 두고
멈출 수 없는 것을 보듬고 걷다 보면
그때서 그리운 것들을 만나게 되겠지

지나온 길이 있었던 것처럼
앞에도 여전히 펼쳐질 길은
생겨날 것이니

처음 착하고 맑았던 그때를
잊지 않고 있다면
길 위의 나는 잠시 쉬어 가는
평화를 가지게 되겠지.

詩를 쓰며 읽으며…

여기가 어디쯤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고, 길이 있기에 멈추지 않는다. 세상살이의 상처로 가끔씩 허전함과 멍멍함이 찾아와서 모두를 던져둔 채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것이 우리의 행복이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아직도 욕망을 뿌리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잘 사는 것보다는 천천히 하나를 그려내며 살아가는 것에 적응하며 살아가야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야지. 이제는….